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시민 77.0%는 최근 3개월 동안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고, 특히 30대 이하 이용률이 93.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배달·포장 용기 등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25일 유연식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을 만나 올해 ‘제로웨이스트 서울’ 추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먼저 “배달용기는 음식물로 인한 오염도가 높아 재활용되지 않고 대부분 소각 처리되기 때문에 환경 측면에서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이 있고, 쓰레기 매립지 문제도 대두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회용기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촌, 강남 등 일회용 컵 사용이 많은 16개 지역을 선정해 카페‧프랜차이즈 매장 내 무인 회수기 600대를 설치하고, 거점 지역 인근 대학교, 지하철 역사, 병원 등 시민들이 많이 찾는 시설에도 설치해 반납을 위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올해 20개 대학에서 ‘제로캠퍼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제로캠퍼스’는 ‘제로카페’ ‘제로마켓’ 등 서울시가 추진 중인 제로웨이스트(쓰레기 배출 감량) 사업을 도입한 일회용품 없는 대학 캠퍼스를 말한다.
유 본부장은 “제로웨이스트는 MZ세대와 만나 ‘힙’한 문화가 됐다. 함께 실천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이 더욱 많아질수록 제로웨이스트 서울이 더 빨리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제로웨이스트는 조금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삶의 방식이다.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곳에 제로카페, 제로식당, 제로마켓, 제로캠퍼스를 차질 없이 추진해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친환경 소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유 본부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배달·택배 문화 확산에 일회용품 증가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서울 상황은. "가정에서 재활용품으로 배출되는 폐합성수지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배달·택배 문화 확산됐고 가정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폐플라스틱은 소각하면 발열량이 높아 소각로 내화벽 손상 등을 일으킨다. 또 매립하더라도 썩지 않아 지속적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따라서 서울시는 소각·매립 처리에 앞서 폐플라스틱 감량 또는 재활용 정책을 우선적으로 펼치고 있다."
-배달용 일회용기는 어떻게 재활용하나.
"재활용이 사실상 어렵다. 음식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인 세트 기준으로 배달용 일회용품은 평균 9.7개 발생하는데 이 중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일회용기는 단 1개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용 일회용기는 기본적으로 음식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음식물을 깨끗하게 비우고 배출한다 해도 재활용하기 어렵다. 용기를 깨끗하게 씻어 건조한 후에 배출해도 일부 기름기가 남아 있다. 또 포장을 위해 부착된 접착제 등이 남아 있다면 선별 과정에서 이를 제거하는 공정이 추가된다. 그래서 재활용이 어려운 것이다."
다회용기 사용 중요···핵심은 물류·위생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배달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다회용기를 활용해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시가 최근 다회용기 활용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하는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다."
-다회용기를 사용하자고 하면 배달업체나 소비자가 불편해하지 않나.
"서울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배달업체 ‘요기요’와 음식 배달에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제로식당’ 시범사업을 전개했다. 이 기간 총 6만7726건이 다회용기로 배달됐다. 올해 시민들의 다회용 배달용기 주문율은 사업 초기 대비 약 478% 늘어났다. 처음 다회용기를 이용한 시민들은 배달음식이지만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들은 미세 플라스틱에 대한 걱정을 덜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다회용기 사업은 수거·세척·재공급 과정이 신속하고 위생적이어야 할 것 같다.
"다회용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와 위생이다. 비대면 소비가 발달하고 있는 요즘 빠르고 정확한 공급 시스템과 위생을 갖춘 세척 시설은 필수적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서로 분업화돼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업체가 식기를 수거해 세척한 후 배달업체에 갖다 준다. 소비자는 다회용기를 편리하게 쓸 수 있다.
또 전용 물류 시스템과 전문 세척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시범사업에 참여한 사업자는 입고에서 출고까지 총 9단계 세척 방식을 도입했다. 세척 시 핵심인 애벌세척과 고온세척 단계에서 최대 150도 이상 고온으로 용기를 세척한다.
따라서 유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말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 고온 세척된 용기는 살균기로 2차 검수를 하므로 공장에서 생산한 후 별도 세척 과정 없이 제공되는 일회용기보다 더 깨끗하다고 할 수 있다. 서울시는 환경부에 다회용기 세척 시설 등에 대한 시설·위생 기준을 마련할 것을 건의했다."
-다회용기 사업에 배달 플랫폼과 식당들 협조가 필수적일 듯하다.
"지난해 강남 지역 시범사업에는 배달앱 요기요가 참여했다. 참여하는 배달 플랫폼과 지역이 한정돼 있다 보니 소비자 선택 폭이 좁았다. 올해는 요기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땡겨요가 함께하고 있다. 많은 가맹점이 다회용기 사용에 참여해 친환경 배달문화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카페 다회용컵 무인 회수기 시범사업에서는 80% 가까운 반납률을 보였다. 타 시도 50%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인데, 성공 요인은.
"가장 큰 요인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보호에 동참하려는 시민 여러분의 노력 덕분이다. 시범사업 지역이 서울시청 주변으로 개인 텀블러 사용 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이 많았고, 환경보호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거부감이 덜했던 것 같다. 적절한 수준에서 보증금 1000원을 도입한 점과 직원 도움 없이도 무인 회수기를 통해 쉽고 편하게 반납할 수 있어 이용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 주력
-제로웨이스트를 위해 MZ세대 인식은 어떤가."서울시는 플로깅, 비거니즘 등 친환경 활동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와 소통하면서 제로웨이스트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장은 최근 청년 220여 명과 함께 제로웨이스트 캠퍼스 조성을 위한 ‘MZ회담’을 했다.
또 올해 25개 대학에서 ‘제로캠퍼스’ 사업을 추진한다. ‘제로캠퍼스’는 제로웨이스트 사업을 도입한 일회용품 없는 대학 캠퍼스다. 함께 실천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제로웨이스트 문화가 더욱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로카페, 제로마켓, 제로식당, 제로캠퍼스 사업 등 서울시가 전반적으로 제로웨이스트에 한발 다가선 느낌이다. 서울시가 추구하는 자원 순환 모델이 있다면.
"궁극적으로는 자원 순환을 쉽고 편하게, 숨 쉬듯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배출되는 폐기물 양을 줄이거나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고, 이를 수거해 재활용·새활용으로 이어지는 순환경제 전환은 필수적이다. 마을 단위 생활권에 재사용 가게 등 자원 순환 거점공간을 만들어 서울 지역 자원순환 시스템이 원활하게 구축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효율적 방법이 있나.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나 개인 컵을 이용한다. 또 회사나 생활 주변에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카페를 이용하고 테이크아웃을 할 때는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카페를 이용하면 좋다. 또 가능하면 일회용 포장재 없는 소비도 실천하고 가정에서 분리 배출할 때 폐페트병은 재활용하기 쉽도록 라벨지를 떼고 압착한 후 뚜껑을 닫아 배출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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