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기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물가 상승) 위기가 부각되면서 외환시장은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통화 스와프 협의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으나, 현실적으로 상설 임시 레포기구(FIMA Repo Facility)의 거래한도를 늘리는 방안에 힘이 실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 FIMA 레포 거래한도를 의제로 올릴 전망이다. 시장 파급력이 변수로 꼽히지만, 이미 "통화 스와프에 준하는 달러 교환 관련 실질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힌 만큼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통화 스와프는 두 국가가 현재 환율에 따라 필요한 만큼 양국 화폐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계약 당시의 환율로 원금을 재교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는 기축통화이자 안전자산인 달러를 빌리는 것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등 경제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을 때 적극 활용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재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스와프라는 표현이 자칫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일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는 스와프라는 용어를 쓰는 데 엄격한 데다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아직 탄탄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여 일 만에 그 단어를 쓰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은행과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12월 600억 달러 한도로 도입한 FIMA 레포의 거래한도를 늘리는 방안에 눈길이 쏠린다. FIMA 레포는 한은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환매 조건으로 맡기면 Fed가 달러를 공급하는 제도다. 현재까지 이용한 적은 없지만, 원·달러 환율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미국과의 상설 스와프라인 개설 가능성도 점쳤다. 그러나 원화가 유로화(유럽연합), 엔화(일본), 파운드화(영국) 등 이미 미국과 상설 스와프라인을 개설한 국가의 통화와 비교해 외환시장에서의 대우가 낮아,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다양한 시장 관측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올랐는지 여부를 말할 수 없다"면서도 "해당 사안은 그 자체로 시장 파급력이 크다"고 신중을 기했다.
한편,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1.1원 오른 127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달러당 1260원대 중반까지 떨어졌으나 지난밤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등 위험 회피 심리가 다시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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