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6·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지방선거는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출마자가 훨씬 많아 유세 소음의 피로감이 더 크다.
서울시장 등 17명의 광역자치단체장과 교육감을 비롯해 시장, 군수, 구청장, 시·도·군·구의원까지 뽑다 보니 한 지역구에서 하루에만 10명이 넘는 후보가 선거 유세에 나서기도 한다.
다만 이전과 다른 건 선거운동 소음 규제가 적용되는 첫 선거라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12월 27일 확성 장치의 소음 규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12월 소음규제 기준을 마련하고, 위반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소음 허용치가 높아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자동차 확성 장치의 기준이 되는 127㏈은 열차가 지나는 철도변 소음(100㏈)은 물론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120㏈)을 웃도는 수준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지정한 확성기 소음 기준(주간 기준 65∼75㏈ 이하)보다도 한참 높다. 직접 선거운동에 나서야 할 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규제 기준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은 지난 19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전국에서 유세 소음 관련 112 신고가 1241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 방안이 마땅치 않다. 집회·시위와 달리 유세차는 장소를 이동하며 다니기 때문에 신고 직후 소음을 측정하기 어려운 탓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에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 확성 장치를 승인하고, 소음 민원이 들어오면 장치가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수준에서 대응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재까지 과태료가 부과된 후보는 없다”며 “소음 민원이 들어온 곳이 주택가나 병원, 도서관 등일 경우 후보자에게 협조를 부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무소음 유세를 선언한 후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 서구 가 선거구에서 구 의원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김형미 후보는 소음 공해 없는 ‘조용한 유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는 차 표면에 정당·기호·성명 등이 도장된 소형 SUV를 직접 몰며 골목 구석구석에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경남도의원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박춘덕 후보도 소음 없는 선거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확성기 없는 유세차와 자전거를 활용하는 탄소제로 뚜벅이 선거운동을 표방하는 중이다.
부산 동구청장 더불어민주당 최형욱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작은 스피커를 단 소형 트럭을 타고 골목을 누빈다. 주택가를 지날 땐 홍보 노래 볼륨을 낮춰 소음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유권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무소음 유세를 반겼다. 한 누리꾼은 “후보들이 서로 질세라 볼륨을 높여 유세 차량을 피하기 바빴는데 이번에는 소음 경쟁이 덜해 오히려 후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적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소리 큰 유세차는 기억해 두고 피했는데 무소음이라니 좋네요”라고 환영의 뜻을 전했다.
또 “법적으로 정한 기준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여전히 소음 공해다”, “구태의연한 선거운동 방식 전체의 문제다”, “선거철마다 소음 공해에 시달리는데 매번 제자리인 듯” 등 기존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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