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에 국내 가계대출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는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주택 매매 거래 둔화와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등에 따른 것이다. 가계대출과 카드 결제액 등을 전부 포함한 가계신용 규모 역시 9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전 분기 대비 6000억원 줄어든 1859조4000억원(가계대출 1752조7000억원, 판매신용 10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이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한다.
국내 가계신용 잔액이 줄어든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9년 만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신용 증가율은 5.4%로 작년 3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가계대출의 이례적 감소세다. 국내 가계신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직전 분기보다 1조5000억원 줄어든 1752조7000억원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한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편제한 2002년 1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매매 거래 둔화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대출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은행권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대출이 감소 전환했다. 1분기 말 은행권(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조5000억원 감소한 90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8조1000억원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 전환된 것이다. 저축은행과 신용협동조합(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서 1분기 가계대출을 취급한 규모 역시 2조5000억원 줄어든 34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직전 분기 마이너스 성장세(-1조원)를 나타냈던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5조5000억원 늘어난 498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은 기타금융기관 대출 반등 배경에 대해 "주담대 증가 폭이 확대되고 기타대출이 증권사 중심으로 증가로 전환되면서 증가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신용카드 사용액 등으로 구성된 판매신용 규모(106조7000억원)는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민간소비 개선으로 전 분기 말보다 8000억원 늘었다.
한편 한은은 새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를 예고한 상황에서도 향후 가계대출 움직임에 대해서는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송 팀장은 "4월 들어 금융기관이 대출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이 소폭 증가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향후 대출금리 상승이 전망된다는 점, 주택 매매 거래도 당분간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출 증감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