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대표 자리는 철밥통, 6~10년 '장기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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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5-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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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퍼저축 대표, 2013년부터 10년째 연임

  • 웰컴저축 대표 6년으로 가장 짧아

  • 시중銀·카드·캐피탈 3년 주기와 대조적

 

대형 저축은행 대표 임기가 최소 5년 이상은 보장되는 ‘철밥통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은행·카드·캐피탈 등 다른 금융권은 3년 주기로 교체가 이뤄지는 것과 대비되는 기조다. 이 경우, 특정 경영 체제가 지나치게 고착화할 우려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길호 OK저축은행 대표는 사실상 4연임이 확실시된다. 지난 2016년 대표자리에 오른 뒤 최소 7년째 이상은 자리를 유지하게 된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임진구·정진문 각자 대표도 연임을 확정 지었다. 이들은 각각 8년, 7년째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최성욱 JT저축은행 대표 역시 지난 2015년 대표직에 오른 뒤, 8년째 입지를 지켜가고 있다. 대형 업체 중 가장 늦게 합류한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도 올해가 6년 째다.
 
최장수 대표로는 장 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가 꼽힌다. 2013년부터 10년째 대표직에 재직 중이다. 앞서 윤병묵 전 JT친애저축은행 대표도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이나 대표자리를 유지했던 전례가 있다.
 
이는 다른 금융권과 확연히 대비되는 기조다. 시중은행의 경우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취임 시점이 2019년으로 가장 길고, 다음이 박성호 하나은행장(2021년)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모두 올해 첫 취임했다.
 
카드·캐피탈도 상황은 같다. 카드업권의 경우,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가 2017년부터 자리를 유지해 업계 최장수 대표로 분류된다. 이외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2020년 취임), 이창권 KB국민카드 대표(2022년 취임),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2021년 취임), 권길주 하나카드 대표(2021년 취임),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2020년 취임), 김정기 우리카드 대표(2021년 취임), 최원석 비씨카드 대표(2021년 취임) 등은 모두 2020년 이후 대표자리에 올랐다.
 
캐피탈 역시 목진원 현대캐피탈 대표(2021년 취임), 황수남 KB캐피탈 대표(2019년 취임), 박승오 하나캐피탈 대표(2022년 취임),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2021년 취임),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대표(2021년 취임) 등으로 수행 기간이 길지 않다.
 
업권에서 주장하는 연임의 근거는 ‘호실적’이다. 각 저축은행 대표들이 지휘권을 잡은 뒤, 수익성 및 외형 규모 등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다른 업권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같은 시기에 은행, 카드, 캐피탈 모두 큰 폭의 성장을 이뤄냈다.
 
금융권에서 바라보는 원인은 모회사의 규모다. 다른 업권의 경우, 대형사가 금융지주 등에 소속된 경우가 많아 일정 주기로 정기 인사가 이뤄진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경우, 모회사가 아직까진 이외 주력 계열사 두고 있는 경우가 적어 대표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경영 안정화라는 장점이 발생할 수 있으나, 반대로 특정 경영 체제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단점이 공존한다. 차기 대표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특정 색 지우기에 차질을 빚기 쉽다. 최근 OK금융그룹이 대기업 집단에 합류하는 등 전체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 적절한 기조 변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 지주사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우) 대형사가 지주에 소속된 경우가 적어, 대표직이 오랜 기간 이어지는 현상이 이미 고착화한 상태”라며 “업권의 장기적인 발전 및 당국의 신뢰도 회복 등을 위해서 언젠가는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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