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베이징 신규 확진자에 다수의 택배원, 음식 배달원이 포함되자, 아파트 단지마다 부랴부랴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는 봉쇄식 관리에 돌입했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이 밀집해 감염 리스크만 높아졌다며 이런 식의 방역 정책으로는 '제로 코로나'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커졌다.
택배원 출입 막자···'비대면'에서 '대면'으로 바뀐 택배 수령
각 택배회사에서 나온 배달원들이 수백여개 택배 물품을 길바닥에 펼쳐 놓고 택배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이 딱 시장에서 자리를 펴고 손님들에게 물건을 파는 노점상 같다.
단지 밖으로 나온 주민들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택배더미 속에서 자기 물건을 찾느라 바쁘다. 택배원과 택배를 찾는 주민들이 이리저리 뒤섞여 혼잡한 모습이 시장통이나 다름없다.
아파트 주민들의 위챗 단체 대화방에서는 “무슨 야시장에 온 것 같다”, “평소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걸 본 적이 없는데”라며 감염 리스크만 커졌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동안 택배원이나 음식배달원은 48시간 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젠캉바오(健康寶, 건강코드) 녹색 표시만 있으면 출입이 가능했다. 집 대문 앞에 택배를 놓고 가면 주민들은 얼마든지 비대면으로 택배를 수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역 수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택배원 출입을 금지시키자, 주민들이 오히려 택배원과 대면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감염 우려가 커지자 주민들은 아예 택배나 음식 배달을 포기했다. 한 주민은 "그저께 주문한 택배를 취소했다"며 "6·18 징둥데이에도 아무것도 사지 않을 예정이다. 안전이 제일이다"라고 말했다. 6·18 징둥데이는 11·11광군제와 함께 소비가 폭발하는 중국 양대 온라인 쇼핑축제다.
주민 단체 대화방에는 택배원, 음식배달원 출입을 금지한 방역 대책에 대한 불만도 빗발쳤다. “이러한 형식주의로는 절대 감염을 막을 수 없다”, “결국엔 더 많은 사람들이 봉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국의 방역 정책을 비판했다.
베이징 한달째 집단감염 지속···요원한 '제로 코로나' 달성
베이징시는 유전자증폭(PCR)검사를 상시화해 확진자 조기 발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전파력이 강력한 오미크론 특성상 여기저기서 집단 감염은 속출하고 있다.
최근엔 둥청구 시장·마트 등지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베이징 보건당국은 25일 "마트·채소시장 등 공공장소는 상대적으로 밀폐됐고, 사람이 밀집된 공간이라 감염 전파 리스크가 비교적 크다"며 중점 방역 대상으로 삼아 관리 감독을 한층 더 강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쑨춘란 중국 국무원 부총리는 베이징에 대해 "신속한 검사와 이송, 격리 등을 통해 조속히 사회면 제로 코로나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면 제로 코로나는 관리·통제 구역을 제외한 주거 지역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6월에도 베이징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홍콩대 바이러스학 전문가 창룽산은 최근 홍콩 명보를 통해 "앞으로 베이징 일일 감염자 수가 100명대를 이어갈 것이며, 솔직히 말하자면 6월 제로 코로나 달성은 힘들다고 본다"고 관측했다.
코로나 감염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내달 초 단오절 연휴(6월 3~5일)에 소비 활황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 베이징 당국이 최근 점점 더 방역 고삐를 조이면서 현재 슈퍼·병원·약국·식당(배달·포장만 가능) 등을 제외한 실내 시설의 영업은 모두 중단됐고, 택시·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 제한지역도 늘어나 이동도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이에 따라 중국 소비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소매판매는 전년 동비 11.1% 감소했다. 전달(-3.5%)은 물론, 예상치(-6%)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 초창기 후베이성 우한 사태 때인 2020년 3월 -15.8% 이후 최대 낙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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