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또다시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달아 인상한 것은 15년여 만에 처음이다.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50%에서 0.25%포인트(25bp) 오른 연 1.75%로 인상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의는 임지원 금통위원 임기 만료에 따른 공석으로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금통위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금통위가 통상적으로 경기 충격 영향, 전월 금리 인상 여파 점검 등 차원에서 금리 인상과 동결에 있어 적절히 균형을 맞춘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 차례 연속 인상은 다소 이례적으로 꼽힌다. 실제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인상한 전력은 지난 2007년 7월과 8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특히 이번 기준금리 추가 인상은 시장에서도 일찌감치 기정사실화로 여겨져 왔다. 한은이 이달 초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4월 14일 개최)을 보면 금통위원 전원이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0명 중 94명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관측했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 속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 핵심 변수로 '인플레이션'이 꼽히는데 최근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따라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매달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2.6% 수준이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이달 들어 3.3%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2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한은 역시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쇄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싣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기준금리 0.75~1% 수준인 미 연준이 향후 추가 빅스텝을 단행하면 양국 간 기준금리가 비슷하거나 조만간 미국 금리가 더 높은 상태로 역전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외 자금 이탈과 원·달러 환율 급등, 그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그에 따른 충격 등을 우려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통한 한·미 간 금리 격차 벌리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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