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6일 중소‧벤처기업인들을 만나 주52시간제, 인력 유출 등으로 인한 경영 애로를 듣고 “부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주52시간제과 관련해선 “현장에 재량권을 줘야 한다”며 제도 유연화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이 같은 노동 현안은) 국회에서 들어줘야 할 이슈”라며 “윤석열 정부는 개선한다고 하지만 국회 내 숫자가 많은 쪽(더불어민주당)에서 마음을 돌려야 한다”며 현실적인 개선 어려움도 드러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 판교 소재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업존에서 게임 및 소프트웨어(SW) 중소‧벤처기업 11개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벤처기업인들은 최근 주 52시간제와 인력 유출 등 경영 애로를 전달하고 요구사항을 건의했다. 최윤화 스토익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노동 현안에 대응할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고민이 깊다”며 “산업 특성과 규모 등을 면밀히 살펴서 각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연구개발(R&D)업무에 한해 3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는 선택적 근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 대표는 “게임의 경우 서비스 출시 일정에 따라 특정 시간에 노동력을 끌어다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선택적 근로제를 적용할 수 있는 산업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주52시간제는 열악한 제조 분야 노동 착취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시간에 비례해 생산성이 나는 제조업에 필요한 제도”라며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현장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해 중기부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인력 유출 문제도 거론됐다. 김세규 현대ICT 대표는 “정보기술(IT)사업을 30년 했는데 최근 들어 인력들이 대기업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청년 디지털 일자리 지원 사업 등 기업의 채용과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이 확대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준희 네비웍스 대표도 “일자리를 창출해 인력을 양성해도 경력이 5~6년 지나면 대기업에서 다 데려간다”며 “인력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 소송을 하더라도 재판부에서 전직 금지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스페이스뱅크 대표 역시 “인력 유출을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지만, 중소기업‧스타트업이 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 양성 관련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이 장관은 자신의 경험을 언급하며 기업인들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다만 그는 “대기업으로 이동을 제지하기는 불가능하다”며 “직원들이 머물 수 있는 기업으로 중소‧벤처기업이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인프라를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 마련에 대해 중기부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쉽지 않겠지만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가겠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