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된 지 2년 4개월 만에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수단(합수단)이 부활한 가운데 로펌들도 잇따라 합수단 대응을 위한 방패를 세우고 있다. 합수단 공백기에 금융·증권범죄 사건 법률 수요도 잠잠했던 만큼 실력 발휘를 위한 준비태세에 착수한 모습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단 부활에 더해 최근 금융권 직원 횡령 사건으로 내부통제 점검까지 강화되면서 증권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사건 같은 각종 금융·증권 관련 의혹이나 신라젠 사건 등을 합수단이 재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합수단 재출범 맞춰 대응팀도 부활
대형 로펌들은 합수단 대응 인재들을 대거 소집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TF를 출범시키고 조사 초기 단계에는 감독당국 출신 전문가들을, 검찰 수사 단계에는 합수단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변호사들을 전진 배치했다.조사 초기 단계에는 금감원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 출신 이동엽 고문,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특별조사팀장 출신 김영삼 고문, 자본시장조사국 근무 경험이 있는 진무성 변호사가 밀착 자문에 나설 방침이다. 진 변호사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는 감독원이나 금융위에서 조사가 먼저 이뤄지고 난 다음에 검찰로 넘어간다"며 "단계별로 필요로 하는 맞춤형 대응 전략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수사 단계에는 합수단 수사를 총괄 지휘한 검사 출신 김범기 변호사, 금융조사부 출신인 이경훈·허철호 변호사와 법무부 형사기획과장 재직 당시 합수단 창설에 관여한 정수봉 변호사가 검찰 수사 단계에 대응에 나선다.
법무법인 화우는 규제대응팀과 수사대응팀으로 분류해 사안별로 치밀하게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규제대응팀은 금감원 자산운용감독실 팀장 출신 허환준 변호사를 팀장으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 출신 정현석·이주용·제옥평·최종열 변호사 등이 참여한다.
수사대응팀은 합수단장을 지낸 김영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 부장검사 출신 윤희식·이선봉 변호사, 금융·증권 범죄를 전담했던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장 출신 서영민 변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김영기 화우 변호사는 "큰 이득을 얻고 단기간에 빠지는, 치고 빠지는 범죄다 보니까 적시 대응이 필요하다"며 "검찰에서 자본시장 범죄를 다뤄 본 전문가들이 시너지를 갖고 긴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세종은 금융증권범죄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해 대규모 전문대응센터를 구성했다. 센터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와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에서 조사기획관 출신 신호철 변호사가 맡았다. 신 변호사를 필두로 이경식·정광병 변호사 등 다수 검찰 출신 금융·증권범죄 수사 전문가들이 뭉쳤다. 한국거래소나 시장감시본부 출신 전문가들은 고문으로 참여했다.
강소 로펌 중에서는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문찬석 초대 합수단장과 김종오 전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장이 대표로 있는 법률사무소 선능이 대표적이다. 문 대표는 "이력 자체가 강점"이라며 "많으면 10여 명씩 검사들을 이끌며 팀 수사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력과 마음이 맞는 변호사들과 팀을 꾸려 대응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합수단 부활 반기는 변호사들
"합수단은 당연히 부활해야 한다." 문찬석 초대 합수단장 말이다. 그는 "합수단 폐지는 금융범죄 수사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영기 전 합수단장은 "(합수단이 폐지된) 2년 4개월 동안 자본시장과 관련된 그럴싸한 수사가 이뤄진 게 없는데, 우리 자본시장이 불공정거래 범죄가 움트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의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합수단 재출범은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금융·증권범죄 수사 공백기 동안 증권시장이 많이 혼탁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돼 온 만큼 합수단 출범 이후로 그동안 축적된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진무성 태평양 변호사는 "금융시장에서 꾼들이 활개를 쳤다는 인식이 강했다"며 "그러한 배경하에서 앞으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는 분명히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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