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이 즉석밥·라면 등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냈다. 일명 '이정재 밥'으로 불리는 '더미식 밥'은 지난해 선보인 프리미엄 즉석밥인 '순밥' 후속작이다. 2300원인 더미식 밥은 즉석밥 시장 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 햇반(1950원, 201g)보다 비싸다. 순밥이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했음에도 하림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27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산업 '퍼스트 키친' 공장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품질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프리미엄' 고집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했다.
퍼스트 키친은 하림산업의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 제품을 생산하는 전초기지다. 단순한 공장을 넘어 가정의 음식을 요리하는 제1 주방이란 의미를 담아 퍼스트 키친으로 명칭을 정했다. 집에서 간편식을 데워 먹는 요즘 가정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다. 퍼스트 키친은 육수·육가공·소스류를 생산하는 K1 공장, 라면·유니자장면 등 면류를 만드는 K2, 즉석밥을 제조하는 K3로 나뉘어 있다.
퍼스트 키친 규모는 12만3400㎡(3만6500평)에 달한다.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인 하림이 종합식품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4500억원을 들여 지난해 4월 완공했다. 간편식 제조과정은 반도체 제조공장을 떠올릴 정도로 체계적이었다. 기자들도 공장 내부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덧신을 신어야 했다.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은 하얀색 방진복에 모자, 장갑,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장인라면은 유탕면이 아닌 건면을 사용한다. ‘건면’은 제트 노즐(Z-Nozzle) 공법을 적용했다. 해당 공법은 섭씨 120도 이상 강한 열풍으로 건조한 후 저온으로 서서히 말린 면에 최대한 밀착해 위아래에서 동시에 건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면이 잘 불지 않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하기 위한 방식이다. 액상 스프는 사골과 소고기, 닭고기, 버섯을 우려낸 육수에 양파와 대파, 청양고추, 고춧가루 등을 넣고 20시간 끓여 만든다.
뜸 들이는 방식도 차별화했다. 일반적으로 즉석밥은 뜨거운 물에 뜸을 들이지만 하림은 100도 이상 뜨거운 물을 분사해 뜸을 들이는 방식을 택했다. 뜨거운 물에 뜸을 들이면 식는 과정에서 포장지가 밥알을 누르는데, 이를 막기 위함이다. 이로 인해 용기 내부에 공기층이 유지돼 밥알이 눌리지 않고 고슬고슬함을 유지할 수 있다.
클린룸과 분사 방식 뜸 설비는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비싼 비용을 지불했다는 것이 하림 측 설명이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 하림의 식품 철학”이라며 “최고의 맛을 내려면 최첨단 설비가 들어가고 자연의 식재료가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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