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정부는 공공 원격의료 서비스 'e산지바니'를 통해 지난 3월 3000만건의 원격 상담을 진행했다. 하루 최대 상담 건수는 17만건에 달한다. 이같이 대규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클라우드 인프라가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 등 전국 의료기관이 문을 닫자 인도 정부는 클라우드를 전격 도입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산하 연구개발(R&D) 조직인 'C-DAC(고급 컴퓨팅 개발 센터)'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e산지바니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28개 주의 환자들은 자택에서 원격으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WS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9월, 최고의료책임자(CMO) 겸 글로벌 공공 의료부문 총괄 자리에 외과의사이자 방사선 전문의인 롤랜드 일링 교수를 영입했다. 일링 총괄은 e산지바니 서비스 구축 사업 시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재 AWS 주요 사업부에 의료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해외 공공사업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일링 총괄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AWS 공공서밋 2022'에서 아주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지는 AWS 내 그의 역할과 공공 클라우드 도입 사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일링 총괄과 일문일답.
-AWS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AWS의 공공 의료부문 조직에 속해 헬스케어 기술, 교육, 정부 등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다. AWS의 국제 공공 의료 전략과 미국 외 지역 사업의 운영을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주력으로 담당하는 분야는 의료 서비스·연구와 유전학 등이다. 유럽과 중동, 중남미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인프라 운영 비용을 절감하면서 사용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다."
-최근 어떤 프로젝트에 주력했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클라우드 혁신 센터는 AWS 클라우드에 구축된 슈퍼컴퓨터를 활용, 13만개 이상의 신규 RNA(리보핵산) 바이러스를 식별했다. 여기엔 9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포함됐다. 기간은 2주 이내, 비용은 2만4000달러가 소요됐다. 일반 컴퓨터를 사용했다면 각각 2000년 이상, 10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거다. 이 같은 유전자 데이터셋 분석은 미래 전염병 예방을 위한 연구에 쓰일 수 있다.
한국 사례도 있다. 삼성서울병원(SMC)은 지난해 7월 클라우드 기반 의료연구 플랫폼을 구축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 종사자 등과 협업, 코로나19 등 새 감염병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다. SMC는 해당 연구 플랫폼에서 스캔 이미지로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의 욕창을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욕창의 위험도를 분류함과 동시에 환자에게 적절한 예방 조치를 내리도록 돕고 있다."
-공공 헬스케어는 클라우드 도입률이 유독 낮은 분야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요한 건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 중앙기관이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다른 기관들도 클라우드를 적극 도입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첫 번째 클라우드 도입 정책이 2013년에 나와 상용 퍼블릭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뚜렷하고 투명한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도 수립돼야 한다. 데이터 보안이 확보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관들이 데이터 기반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등을 중점 다루는 것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엔지니어 등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나 의사결정권자,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는 원격의료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데.
"사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다수 국가들은 원격의료 관련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장 수요만 있으면 정부 정책은 뒤따라서라도 맞춰 변하게 된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의 한 병원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병원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첫 코로나19 대유행 60일 동안 20만건에 달하는 원격의료를 수행했다. 플랫폼 도입 당시 관련 정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누적 원격의료 건수가 연 200만건에 달하자 브라질 정부가 움직였다. 코로나 시기에 한해 일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이다. 수요에 발맞춰 정책이 진화한 사례다."
-향후 계획은.
"고객들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 그들이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고객이 집중하고 있는 영상 이미지, 유전자 데이터, AI와 머신러닝(ML), 보안 등 분야를 포함한다. 최근엔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시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작년 보건 평등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론칭, 3년간 4000만 달러(약 502억원)를 투자해 의료기관 등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챗봇과 원격 모니터링, 원격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돌보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WS는 안전한 저장소를 제공하고 AI·ML 등을 활용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돕는 등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통해 계층 간에 벌어져 있는 의료 격차를 좁히는 데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 롤랜드 일링 총괄은
일링 총괄은 1995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생물인류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이후 옥스퍼드대학에서 클리니컬 메디신 학사 과정을 전공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에서 외과 전문의로 수련한 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에서 이미지 기반 수술을 총괄하는 디렉터 역할을 했다.
현재 UCL 명예 부교수로 남아있으며, 영국 왕립외과의원·왕립방사선전문의원과 영국 의학리더십·경영학부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문가 디지털 헬스케어 명단의 일원이자 유럽위원회 산하 유럽 AI 연합의 회원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병원 등 전국 의료기관이 문을 닫자 인도 정부는 클라우드를 전격 도입했다. 인도 전자정보기술부 산하 연구개발(R&D) 조직인 'C-DAC(고급 컴퓨팅 개발 센터)'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e산지바니 서비스를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국 28개 주의 환자들은 자택에서 원격으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WS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2020년 9월, 최고의료책임자(CMO) 겸 글로벌 공공 의료부문 총괄 자리에 외과의사이자 방사선 전문의인 롤랜드 일링 교수를 영입했다. 일링 총괄은 e산지바니 서비스 구축 사업 시 핵심 역할을 했다. 현재 AWS 주요 사업부에 의료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해외 공공사업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다음은 일링 총괄과 일문일답.
-AWS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AWS의 공공 의료부문 조직에 속해 헬스케어 기술, 교육, 정부 등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다. AWS의 국제 공공 의료 전략과 미국 외 지역 사업의 운영을 총괄한다고 보면 된다. 주력으로 담당하는 분야는 의료 서비스·연구와 유전학 등이다. 유럽과 중동, 중남미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인프라 운영 비용을 절감하면서 사용자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고 있다."
-최근 어떤 프로젝트에 주력했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클라우드 혁신 센터는 AWS 클라우드에 구축된 슈퍼컴퓨터를 활용, 13만개 이상의 신규 RNA(리보핵산) 바이러스를 식별했다. 여기엔 9종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포함됐다. 기간은 2주 이내, 비용은 2만4000달러가 소요됐다. 일반 컴퓨터를 사용했다면 각각 2000년 이상, 10배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들었을 거다. 이 같은 유전자 데이터셋 분석은 미래 전염병 예방을 위한 연구에 쓰일 수 있다.
한국 사례도 있다. 삼성서울병원(SMC)은 지난해 7월 클라우드 기반 의료연구 플랫폼을 구축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의료 종사자 등과 협업, 코로나19 등 새 감염병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한 목적이다. SMC는 해당 연구 플랫폼에서 스캔 이미지로 병상에 누워 있는 환자의 욕창을 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욕창의 위험도를 분류함과 동시에 환자에게 적절한 예방 조치를 내리도록 돕고 있다."
-공공 헬스케어는 클라우드 도입률이 유독 낮은 분야 중 하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요한 건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 중앙기관이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거다. 그래야 다른 기관들도 클라우드를 적극 도입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첫 번째 클라우드 도입 정책이 2013년에 나와 상용 퍼블릭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뚜렷하고 투명한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도 수립돼야 한다. 데이터 보안이 확보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관들이 데이터 기반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 등을 중점 다루는 것이다. 아울러 클라우드 엔지니어 등 전문 역량을 갖춘 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나 의사결정권자,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는 원격의료 행위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데.
"사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시기 다수 국가들은 원격의료 관련 정책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장 수요만 있으면 정부 정책은 뒤따라서라도 맞춰 변하게 된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의 한 병원 사례를 예로 들어보겠다.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알버트 아인슈타인 병원은 클라우드 플랫폼에서 첫 코로나19 대유행 60일 동안 20만건에 달하는 원격의료를 수행했다. 플랫폼 도입 당시 관련 정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누적 원격의료 건수가 연 200만건에 달하자 브라질 정부가 움직였다. 코로나 시기에 한해 일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한 것이다. 수요에 발맞춰 정책이 진화한 사례다."
-향후 계획은.
"고객들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 그들이 어떤 수요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고객이 집중하고 있는 영상 이미지, 유전자 데이터, AI와 머신러닝(ML), 보안 등 분야를 포함한다. 최근엔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시 소외계층이 생기지 않도록 해 달라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에 작년 보건 평등 이니셔티브 프로그램을 론칭, 3년간 4000만 달러(약 502억원)를 투자해 의료기관 등에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의료산업은 챗봇과 원격 모니터링, 원격의료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돌보는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WS는 안전한 저장소를 제공하고 AI·ML 등을 활용해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돕는 등 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통해 계층 간에 벌어져 있는 의료 격차를 좁히는 데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 롤랜드 일링 총괄은
일링 총괄은 1995년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생물인류학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이후 옥스퍼드대학에서 클리니컬 메디신 학사 과정을 전공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에서 외과 전문의로 수련한 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에서 이미지 기반 수술을 총괄하는 디렉터 역할을 했다.
현재 UCL 명예 부교수로 남아있으며, 영국 왕립외과의원·왕립방사선전문의원과 영국 의학리더십·경영학부의 선임연구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문가 디지털 헬스케어 명단의 일원이자 유럽위원회 산하 유럽 AI 연합의 회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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