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석유 수요 증가와 러시아 공급 억제 전망이 맞물리며 영국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7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1.9% 오른 배럴당 121.6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3월 초 이후 두 달여 만에 최고치다. 유가는 배럴당 139달러를 찍은 뒤 중국 봉쇄 정책으로 인해 그간 하락세를 보였다.
스탠다드차타드 상품연구 책임자인 폴 호스넬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석유 수요는 봉쇄 정책으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등 영향으로 하루 약 120만배럴씩 감소했다. 봉쇄 조치가 완화되면 중국 석유 수요는 하루 1600만배럴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은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제재는 EU 회원국에 해상으로 운송되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 구매를 금지하지만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산 석유 공급에 대해서는 한시적인 면제를 포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셸 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수입되는 석유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러시아의) 무기 구입에 대한 막대한 자금원을 차단한다”며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조선을 이용한 러시아산 석유 수입은 금지되지만 송유관을 통한 수입은 면제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는 대체 공급처를 찾을 때까지 러시아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산 석유를 계속 공급받을 수 있다.
송유관 수입에 대한 면제를 언제 종료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하지 않은 만큼 헝가리 등은 송유관을 통한 수입을 앞으로 수년간 지속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독일은 연말까지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 수입의 대체처를 찾기로 약속했다.
유럽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에서 해상을 통한 공급은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해당 조치가 시행되면 러시아는 연간 최대 100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현재 러시아산 원유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약 34달러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유럽 등 여름 여행 시즌을 앞두고 휘발유, 디젤, 제트연료 등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619달러를 기록하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세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결국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독일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7%를 기록하며 반세기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8.0%도 웃돌았다. 특히 5월 에너지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38.8%, 식품 가격이 11.1% 이상 폭등했다.
스페인 역시 5월 물가상승률이 8.5%를 기록하며 WSJ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8.1%보다 많이 올랐다.
전문가들은 EU의 금수 조치는 전 세계 원유 공급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애널리스트인 크리스틴 페트로시안은 “러시아의 발트해 항구에서 중국까지 가는 데 약 60일이 소요된다”면서 러시아가 아시아 등으로 원유 공급을 전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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