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발표된 2022년 4월 산업활동 동향을 뜯어보면 한국 경제의 침체 문제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일단 1분기 전 산업 생산지수가 112.1(2015년=100)로 2021년 평균치 112.7보다 낮다. 지난해 4분기 119.3보다는 훨씬 더 낮다. 생산이 뒷걸음친 산업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이다. 서비스업 1분기 생산지수는 110.2로 2021년 110.9보다 낮았고 건설업은 더 심각해서 1분기 생산이 100.1로 2021년 110.4보다 10.3포인트나 낮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특히 도소매, 음식숙박, 사업서비스, 협회, 전문기술서비스, 수도서비스, 부동산, 정보통신서비스 업종의 생산이 부진했다. 이들 업종은 대부분 2019년 생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이 부진하다는 것은 곧바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곧 앞으로 소비가 부진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다.
제조업은 2022년 1분기 생산지수가 114.5로 2021년 수치와 같다. 나빠지지 않았다는 예기다. 그러나 최근에 특별히 잘나가는 ICT 업종이나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면 제조업 생산도 크게 둔화된 것은 마찬가지다. ICT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은 98.3으로 2021년 100.5보다 낮고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생산도 95.9로 2021년 97.8보다 떨어진다. 자동차는 86.8로 2021년 88.2보다 현저히 낮아졌다. 생산만 저조한 게 아니라 소비도 부진하다. 2022년 1분기 소매판매액 지수는 112.1로 2021년 112.7보다 낮다. 특히 대형마트와 자동차 및 연료 소비가 저조하다. 소비재 형태로 보면 내구재와 준내구재 소비가 부진하다. 설비투자도 2021년 122.7에 비하면 1분기 116.5로 부진하다. 생산과 소비와 투자가 2022년 1분기에 동시에 식어가는 이유는 물론 여러 가지다. 일단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했고 중국 일부 대도시가 코로나 창궐로 봉쇄돼 공급망 애로가 지속되면서 수출 가격과 수출 물량도 큰 충격을 받았다. 게다가 지난가을부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가 오른 것도 소비와 투자에 큰 타격을 주었다.
전 세계는 지금 경제 정책의 혼란에 빠져 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 중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말은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금리를 올리는 일밖에 없다. 고민은 두 가지다. 금리를 올리는 것에는 엄청난 정치적 대가가 따른다. 경기가 죽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집권 세력에 대한 반발이 급격히 고조된다. 또 다른 고민은 얼마나 금리를 올려야 과연 물가가 잡히느냐는 것이다. 조금 올리고 싶지만 그러면 물가가 잘 잡히지 않는다. 많이 올리면 불필요하게 경제를 죽여야 한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게 아니다. 부가가치세를 낮추면 된다. 10%인 부가가치세를 절반으로 낮추면 물가가 5%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근 원자재 가격 오른 것의 상당 폭은 흡수될 것이다. 게다가 판매 물량이 늘면서 고용과 경기와 일자리가 동시에 확보된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민생경제 안정대책에는 부분적이긴 하지만 부가가치세 인하 조치가 포함되었다. 수입 제품 일부와 가공식료품 부가가치세를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한다는 것이다. 대단히 전향적인 조치다, 물가 인하 효과와 경기 위축을 막기 위해 보다 더 과감한 부가가치세 한시 인하 조치를 촉구한다. 세수가 예산보다 30조원 이상 잘 걷힌다면 부가세 인하로 인한 세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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