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일 열린 ‘BOK 국제 콘퍼런스’ 개회사를 통해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저금리, 비전통적 통화정책(양적완화) 등으로 수요 압력이 쌓인 데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 병목 현상이 발생해 1970년대 같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고 봤다.
이 총재는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중앙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처럼 물가 안정에만 신경을 써야 할지, 아니면 코로나 위기 이전과 같은 저성장·저물가 시대가 오면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그대로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팬데믹의 충격과 그로부터의 회복이 계층별, 부문별로 불균등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 활용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부정적 인식 속에 중앙은행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입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물가가 잡히면 다시 저성장의 흐름이 나타날지는 알기 어려우나, 일부 신흥국에선 저물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끝으로 “중앙은행은 진화하는 생물체와 같다”며 “중앙은행의 책무에 대한 해석과 이를 달성하는 방식이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콘퍼런스가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도전들에 대한 생각과 고민들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코로나 위기 이후의 대전환기에 중앙은행이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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