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는 "러시아에 가해진 서방의 제재의 충격이 (경제 지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소매 판매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산업 생산도 하락했다. 러시아 경제부는 "전례없는 제재 압력"이 경제 위축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연방통계청(FSS)이 내놓은 4월 러시아 소매 판매는 지난해 동기보다 무려 9.7% 감소하면서 1년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였던 -5.8%보다 훨씬 감소폭이 컸다.
러시아 소비는 전쟁 발발 이후 사재기 효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서방의 강력한 무역·금융 제재로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자 가계의 소비 여력은 크게 떨어졌다. 러시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은 가계 지출이 차지하고 있어 소비의 감소는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
산업과 운송에 제재 여파가 가시화하면서 4월 산업생산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줄어들었다. 특히 4월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동기보다 61.5%나 하락했다. 기업들도 제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의 비즈니스 옴부즈맨 사무소가 6000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러시아 기업의 거의 90%가 제재로 타격을 받았다고 답했다. 기업들은 수입물자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반면 노동시장은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 위축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4%로 소폭 하락했다. 수십개에 달하는 외국 기업들이 러시아로부터 철수를 결정했지만, 여전히 일시적으로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 남아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이들 기업의 철수가 완료될 경우 노동시장은 급격하게 악화할 수도 있다.
스콧 존슨 블룸버그 러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제재는 러시아 경제를 쥐어짜고 있는 가운데, 정부 당국자들이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통해 경제 추락을 간신히 막았다"면서도 "향후 제재의 효과가 더욱 퍼지면서 경제 위축은 계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에 희망적 신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루블화의 반등과 물가상승세 둔화는 경제에는 긍정적 지표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지난 주 소비자 물가는 하락하기도 했으며, 5월 27일까지 7일간 상승하지 않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