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목적은 네덜런드 ASML사의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 공급 협의를 위해서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핵심적인 장비로 반도체 제조사의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이 부족하다. 이 부회장이 직접 해결사 역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 측 변호인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혐의 공판에서 출장으로 인해 7일부터 18일까지 재판 불출석 의견서를 냈다. 이에 재판부가 “네덜란드 포토장비(EUV 노광장비) 기기 협의 차 간다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이 부회장 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검찰 측도 이에 대해 이의가 없다고 하자 재판부는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출장 기간에 열릴 재판에 대한 불출석을 인정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 공급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는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이 장비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ASML 본사가 있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EUV 노광장비 품귀현상도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당 2000억원에 달하는 고가지만 생산 가능 수량이 1년에 약 40대뿐이라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들다.
삼성전자도 장비 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현재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가동 중인 EUV 노광장비는 15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는 EUV 장비가 100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현지에서 ASML 경영진을 만나 장비 공급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 늘어난 규모고, 연평균 투자액을 30% 이상 늘린 수치다. 삼성은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유지는 물론 시스템반도체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고 바이오, 인공지능(AI), 6G 등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특히 대만 TSMC를 뛰어넘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EUV 노광장비 확보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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