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이모(31)씨는 최근 더우인(抖音·틱톡의 중국 버전)의 매력에 빠졌다.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로 발이 묶이다 보니, 시간 보내기용으로 더우인을 다운받았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영상을 보는 자신을 보고 신기하다고 전했다. 이모씨는 도시 봉쇄가 해제되자마자 가장 먼저 더우인에서 봤던 제품을 구매했다고 덧붙였다.
더우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대표 콘텐츠·라이브커머스 플랫폼으로, 이제는 엔터테인먼트는 물론, 콘텐츠커머스·라이브커머스도 넘어 '흥미 전자상거래(興趣電商)'라고 불린다. '흥미 전자상거래'는 관심사 기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제품이 소비자를 찾아가는 '플랫폼'으로 더우인의 트렌드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다른 콘텐츠 플랫폼과 달리 더우인의 경우 6억 명의 일간 활성 이용자수(DAU) 기반의 콘텐츠 소비 데이터와 알고리즘화, 관심사에 따른 상품과 콘텐츠를 추천하기 때문에 이 같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더우인의 이 같은 장점을 잘 활용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韓 기업, 더우인 적극 활용해야...신규 기업에도 기회
더우인은 전통적인 커머스와 매우 큰 차이점이 있다. 전통적인 커머스 플랫폼의 목적형 쇼핑은 기존의 니즈를 전환하는 데 그치지만, 더우인의 발견형 쇼핑은 소비자 잠재 니즈를 발굴하고 구매로 전환해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다고 전진배 틱톡코리아 파트너십매니저가 최근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가 주최한 100회 차이나비즈니스세미나에서 소개했다. 다시 말해 상품 영상이 알고리즘을 통해 숏폼(짧은 동영상, Short+form), 라이브의 형태로 타깃 소비자에게 노출되고 소비자가 이를 구매하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더우인의 이 같은 강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틱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광고주의 모바일 광고 예산이 기존의 소셜네트워크·검색 플랫폼에서 더우인과 같은 영상 플랫폼으로 대거 이동해, 더우인샵의 총 상품 판매액(GMV)이 지난 2020~2021년 1년 새 50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한국 기업은 더우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더우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왕훙(網紅·온라인스타)에만 의존하다 보니,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았다는 평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현주 아이콘차이나 대표는 이날 "한국 브랜드의 경우 팔로어가 적고 왕훙의 의존도가 높은 반면, 로컬브랜드는 브랜드 계정에서의 라이브방송 비중이 크다"며 마케팅 없이 왕훙 라이브 GMV 극대화만 추구할 경우 장기적으로 커머스 이익 실현이 어렵다고 짚었다.
전 매니저도 브랜드 계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지도가 높고, 차별화된 제품이라면 라이브방송을 통해 매출을 낼 수 있지만, 이러한 경우는 희박하기 때문에 브랜드 계정을 운영해 팔로어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려면 시청시간, 사용자 인게이지먼트가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팔로어를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체 라이브 시청자 중 팔로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8~20%에 불과하지만 전체 라이브 GMV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해졌다.
브랜드 계정을 만들어 팔로어를 확보한다면 신규 브랜드에도 시장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틱톡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4~10월 성숙한 브랜드뿐만 아니라 신규 브랜드도 높은 비율로 매출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브랜드에 기회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 매니저는 지난해 4~10월 7개월간 더우인 해외 상품의 매출을 분석했을 때 한국 상품이 가장 많았고 그중에서도 뷰티·식품 등이 많았다며 한국 브랜드가 더우인을 잘 활용하면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세계인 마음 사로잡은 틱톡...올해 유튜브도 넘본다
더우인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면 세계를 휩쓴 건 틱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틱톡은 더우인의 해외 버전으로, 더우인이 2016년 9월 탄생한 이후 틱톡은 이듬해 출시돼, 출시 5년 만에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세계 방문자수 기준 지난 2020년 12월 7위에 그쳤던 틱톡은 1년 만에 구글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이는 글로벌에서 압도적인 유저 활동량을 보유한 데 따른 결과다. 일일 평균 이용시간은 이미 유튜브를 능가했고, 하루 접속 빈도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틱톡에서 사용자들이 머무는 시간도 긴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핵심 수익 사업 중 하나인 광고 매출의 경우 틱톡은 지난해 38억8000만 달러(약 4조원)에서 올해 116억4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인사이더인텔리전스가 전망했다. 2024년엔 200억 달러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트위터와 스냅챗의 광고 매출을 넘어서고 2024년에는 유튜브를 제치고 1위인 페이스북까지 위협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틱톡도 더우인처럼 광범위한 콘텐츠를 노출시켜 새로운 콘텐츠, 구독자가 많지 않은 크리에이터가 만든 콘텐츠도 주목받을 수 있게끔 하는 만큼 틱톡의 알고리즘을 잘 이해해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윤승진 숏만연구소 대표가 전했다.
한편 지난달 중국경영연구소는 제100회 차이나비즈니스세미나를 진행했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지난 10년간 힘들고 긴 여정이었지만 많은 기업들이 함께 해주셔서 100회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며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의 교두보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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