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사태가 후폭풍을 낳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등 소주 공급 문제가 편의점으로까지 옮겨 붙으며 유통업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주류업계에선 화물연대 차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이트진로 이천·청주공장, 소주 출고량 절반가량 '뚝'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이후 하이트진로 소주 생산기지인 경기 이천공장과 충북 청주공장의 소주 출고량은 평소 대비 59%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지난 2일에는 이천공장에서 소주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생산공장이 화물차주 파업으로 멈춰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뒤인 지난 3일에는 공장을 재가동했지만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공장 출구를 막고 있어 생산된 소주를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이천·청주공장은 소주 생산의 70%가량을 담당한다.
문제는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소속 기사들이 7일 자정을 기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비맥주 물류를 담당하는 위탁운송사 소속 화물기사 중 화물연대에 가입한 조합원이 일부 있기 때문이다. 총파업에 참여할 경우 오비맥주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운임료 인상 폭이다. 하이트진로 화물연대 차주들이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화물 운임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해당 차주들은 운임료 30%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상식 선을 넘어선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주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미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면 물류회사에 운행료를 더 지급하는 유가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유가 급등으로 인해 30% 운임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앞서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500여 명 중 30%가량이 운임료 인상을 요구하며 회사와 갈등을 빚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에 가입했다. 이들 화물차주는 지난 3월부터 부분파업을 벌이다 지난 2일부터는 전면파업으로 전환하며 노사간 갈등이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반면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70%는 이미 지난 2월 위·수탁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수양물류 노사간 임금 협상이 난항을 빚으면서 하이트진로와 판매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돌파구 마련에 한창이다. 수양물류 외 다른 운송사와 계약을 맺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번 운송료 등을 포함한 임금 협상은 위탁운송사와 화물차주가 당사자다. 원사업자가 이에 개입하거나 임금 인상을 따로 지시하는 것은 법 위반 사항"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운송사와 물류 계약을 맺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은 수양물류와 맺은 이전 계약으로 계약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화물연대 차주들의 주장이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소주 공급 장기화 우려에··· 편의점도 발주 제한
유통업계도 사태를 지켜보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참이슬 등 하이트진로의 소주 공급 문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판매처들도 선제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소주 품귀' 현상이 일어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해석된다.
우선 편의점 미니스톱은 지난 4일부터 참이슬·진로 발주를 제한했다. 발주 제한 대상은 △참이슬병(360㎖) △참이슬오리지널병(360㎖) △진로병(360㎖) 1박스 △참이슬페트(640㎖) △참이슬오리지널페트(640㎖) △진로소주페트(640㎖) 10개다.
미니스톱에 이어 세븐일레븐도 하이트진로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과 진로 제품의 발주를 제한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일부터 점포당 참이슬과 진로 제품 각 1박스만 발주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이마트24도 지난 4일부터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이즈백 병 제품에 대해 각각 3박스씩까지만 발주하도록 제한을 걸었다.
CU도 7일부터 일부 물류센터에서 출고되는 참이슬 제품에 대한 발주를 정지할 예정이다. GS25는 아직 관련 제품의 재고가 있는 만큼 당장 발주 제한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GS25도 파업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국내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 파업으로 제품 출고에 차질을 빚은 데 따른 것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오는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일부 주류 제품을 대상으로 발주를 제한하게 됐다는 것이 편의점 회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소주 대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까지는 재고가 있어 버틸 수 있지만 아무래도 다음 주까지 파업이 이어진다면 편의점뿐 아니라 모든 주류 판매 채널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