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 파업 물류대란] 국가 수출입 붕괴까지 D-6, 바닷길 완전히 막힌다..."유례없는 국가 재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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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6-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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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사흘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현 상태로 6일이 지나면 대한민국의 해상 수출입이 완전히 봉쇄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한국전쟁 이후 초유의 사태로, 해운 수출입 봉쇄는 한국의 글로벌 경제 고립을 의미한다. 정부와 항만공사, 해운업계는 대책 강구에 돌입했지만 화물차 파업이 종료되지 않는다면 시간만 끌 뿐 국가급 재난을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 부산항·인천항 일주일 내 기능 잃는다···파업 종료 외엔 대책 없어
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에는 부산항의 장치율(컨테이너 적재율)이 100%에 도달할 전망이다.

장치율이 100%에 도달하면 부산항에 도착한 배가 더 이상 선적, 환적 및 양하 작업을 할 수 없다. 즉 항구가 기능을 잃게 된다. 업계는 또 다른 주요항인 인천항을 포함한 다른 항구 역시 비슷한 시기에 항구의 기능을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항과 인천항 두 곳은 국내 해운 물류량의 80%가 집중되는 곳이며, 컨테이너선이 주로 정박하는 곳이기 때문에 두 곳의 장치율 100%는 국가 수출입 봉쇄로 이어진다.

이 사태의 원인은 화물연대의 파업이다. 7일 0시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파업에는 8일 기준 조합원 34%에 달하는 2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특히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컨테이너 트럭 운전기사의 파업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컨테이너를 운반해야 하는 화물차 기사들이 작업을 멈추니 부산항 등 주요 항구에는 컨테이너가 쌓이고 있으며 물동량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하루 2~3만 TEU(1TEU는 컨테이너 한 개 분량)였던 부산항 물동량은 파업이 시작된 7일 오후 5시 기준 1만9008TEU까지 줄었으며, 8일 오후 5시에는 4분1 수준인 5418TEU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장치율은 급격히 상승, 7일 73.9%에서 이날 오전 10시 76.3%로 사흘 만에 3% 가까이 올랐다. 물동량 감소가 가속되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장치율 증가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항의 장치율은 9일 오전 10시 기준 81.6%를 기록 중이다. 

해운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인근 군부대,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방법을 동원해도 최대 10일을 버티지 못할 것으로 추산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려한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 재난”이라며 “대한민국은 수출입을 하지 못하는 국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아시아 주요 항구의 위상 무너지나···해운업계 신뢰성도 막대한 타격
국내 주요항구의 기능 정지는 수출입 봉쇄와 함께 대한민국 해운업계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

먼저 해외 선사들이 환적이 불가능한 부산항, 인천항 등을 항해 일정에서 제외하게 된다. 항구 사용료만 내고 환적 업무를 할 수 없다면 굳이 방문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다음 과정은 대체항구를 찾는 것이다.

부산항은 미 대륙,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수출을 잇는 관문과 같은 곳이며, 인천항은 동남아시아 무역의 중심지 중 하나다. 하지만 해외 선사들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기 시작하면 아시아 주요 항이라는 위상을 타국가에 빼앗길 수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일부 글로벌 해운사들은 당장이라도 한국을 패싱하는 항해 스케줄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수출입을 통해 쌓아온 대한민국 항구의 위상을 다른 동남아 국가에 빼앗길 수 있는 위기”라고 말했다.

HMM 등 국적 해운사들 역시 화주와 약속한 일정을 지키지 못하면서 신뢰도가 바닥을 찍게 된다. 코로나19 대유행 같은 세계적 위기가 아닌 국내 산별 노동조합의 파업으로는 화주와 고객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게 해운업계의 설명이다. 신뢰도 하락은 곧 경쟁력 하락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가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해운이 국제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바닷길 막힐라"...하늘길로 눈 돌리는 수출기업들
국내 수출 기업들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 하늘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운과 비교해 운송 가능한 물량이 매우 적으며, 가격도 비싸지만 생산을 멈출 수 없으니 손해를 보더라도 항공화물을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2019~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중국 내 부품 공장이 봉쇄되자 와이어링 등 부품을 항공화물로 들여온 적이 있다. 수익성을 따지면 불가능한 방법임에도 공장을 멈출 수는 없었기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번에도 국내 해운 물류가 봉쇄된다면 이 같은 방법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물류 업계에 따르면 이미 특수화물의 경우 항공으로 운송하는 방법에 대한 문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항공화물 노선 점유율의 과반 이상(58.6%)을 차지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우 항공화물 선적을 위한 직원이 화물차 운전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파업에 따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항공의 화물 운송량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운 물류가 차질을 빚자 크게 증가해왔다. 올해 1분기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량은 25억7200만t/㎞로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41.3%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구 봉쇄가 현실화한다면 항공화물은 반사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며 “과거에도 해상물류가 차질을 빚자 항공으로 화물이 몰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지난 6월 7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화물연대 부산지역 본부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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