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렸던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은 지난 2013년 처음으로 가진 언론 인터뷰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커피에 대한 런 회장의 남다른 사랑을 보여준다.
최근 미국의 고강도 압박을 받고 있는 화웨이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가운데 이번엔 커피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통신과 스마트폰에서 미국의 기술이나 장비를 사용한 반도체를 살 수 없게 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에 화웨이는 최근 스마트카, 화장품 등 다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커피시장에 진출하는 화웨이?...상표등록 신청
10일 중국 테크 전문 매체 36커는 기업 정보 플랫폼 톈옌차를 인용해 화웨이가 최근 '우주 에너지를 담은 커피 한잔(一杯咖啡吸收宇宙能量)' 등 커피 관련 상표 두 건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상표 분류는 음식·숙박으로, 현재 중국 상표 당국의 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가 커피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36커는 화웨이가 최근 신사업 영역 개척을 위해 △디지털 금융 △에너지 △컴퓨터 영상기 △제조업 디지털화 △공공 서비스 전담 조직 등 5개 '군단(軍團·legion)' 조직을 신설했다며, 커피도 어쩌면 화웨이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우주 에너지를 담은 커피 한잔'이라는 글귀는 런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다며 런 회장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화웨이와 커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런 회장의 커피 사랑은 유명하다. 화웨이의 기업 문화와 경영 철학에서도 커피가 등장할 정도다.
런 회장은 앞서 여러 심포지엄에서 "커피 한잔은 우주의 에너지를 마시는 것"이라며 세계와의 소통을 커피 한잔으로 재차 비유하기도 했다. 커피에 우주 에너지를 담듯 화웨이는 수많은 과학자를 포용해 이들을 지원하고 협력한다는 얘기다. 다양한 인재를 '커피잔'에 흡수함으로써 설사 '블랙 스완(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악재)'이 관측되더라도 화웨이의 '커피잔' 속에서 날아다닐 거라는 게 런 회장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에도 런 회장은 화웨이가 상하이 칭푸(青浦) R&D센터에 100여개 커피숍을 차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칭푸 R&D센터는 화웨이의 첫 번째 슈퍼기지인 광둥(廣東)성 둥관(東莞) 소재 연구개발 본부에 이은 두 번째 R&D센터로 2020년 착공, 내년 완공될 예정이다. 36커는 칭푸 R&D 센터 완공 시기에 맞춰서 화웨이가 커피시장 진출 신호탄을 본격 쏘아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고속성장 중인 中 커피시장, 업계별 기업 속속 출사표
화웨이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 기업들도 중국 커피시장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중국 업종별 거물급 기업 사이에서는 커피 사업이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중국 우체국 공룡 중국우정(中國郵政)은 지난달 샤먼에 두 번째 '우체국 커피(POST COFFEE)'를 오픈했다고 중국 현지 펑파이신문이 최근 전했다. 샤먼 국제무역빌딩 1층에 1호점을 오픈한 지 3개월 만이다. 중국우정은 앞서 2020년과 2021년에도 우국 카페를 오픈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운영 방식이 통일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었다. 이번에 새롭게 단장을 하고 다시 커피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중국 대표 스포츠브랜드인 리닝(李寧)도 'NING COFFEE寧咖啡(닝 커피)' 상표등록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리닝 측은 "매장 내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며 "향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커피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리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닝의 중국 내 매장 수는 713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매장 내 커피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매장 수 기준 스타벅스(5000여개), 루이싱커피(6000여개)를 뛰어넘게 된다.
이 밖에 중국 3대 국영 정유업체인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中國石油·CNPC·페트로차이나)와 또 다른 정유업체인 중국 국영 정유업체인 중국석유화학집단공사(시노펙), 중국 '라오쯔하오(老字號,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 브랜드)' 퉁런탕(同仁堂, 동인당) 등도 커피 사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커피시장 중장기 전망 밝아
이들 기업이 커피시장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중장기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커피 기업들은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중국 커피시장은 여전히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7.2잔 정도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중국인 1인당 커피 소비량은 하루 5~6잔이었다. 아직 독일, 미국, 일본 등 커피 소비 주력 국가와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중국 커피시장은 여전히 고속성장 중이다. 특히 중국이 '차 마시는 나라'에서 '커피 마시는 나라'로 변해가면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커피시장은 2013년에서 2019년까지 연간 성장률 30%의 성장세를 이어왔다. 우한 코로나 사태 이후인 지난해에도 중국 커피시장 규모는 1130억 위안(약 2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성장했다. 올해는 상하이 봉쇄 장기화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에는 20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둥팡증권이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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