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취임 한 달] 현장 행보로 업계 소통...전기요금·원전·통상 과제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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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6-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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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공회의·무역협회·중경련 등 경제단체 잇달아 방문

  • 산업부, 하반기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발표 예정

  • "민간 주도 산업 전략에 걸맞은 수준으로 정책 구상해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월 30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에서 열린 반도체업계 '제1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12일 취임 한 달을 맞이한다. 이 장관은 지난 한 달 동안 새 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맞춰 산업계 현장 행보를 이어왔지만 전기요금·원전·통상 등 산업부 숙원 과제에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취임 후 산업계 현장 행보...반도체 발전 독려
이 장관이 지난달 취임사에서 강조한 산업부 사안은 △성장지향형 산업전략 △산업기술 연구·개발(R&D) 체계 전환 △에너지 정책 재설계 △통상정책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성장지향형 산업전략’과 ‘기술 연구·개발’은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 정책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이 장관은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규제혁신을 통해 기존 산업 성장과 신산업 창출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지난달 18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방문해 최태원 회장과 정부의 민간 기업 주도 성장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이 장관은 같은 달 27일 한국무역협회를 찾았으며 지난 8일에는 경제 6단체 중 세 번째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방문했다.

또한 지난달 30일에는 경기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본사에서 반도체업계와 ‘제1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열고 업계 주요 현안과 애로사항 등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원탁회의에서 이 장관은 “투자·인력·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등 3가지 요소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상반기 중 새 정부의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공요금·친원전·신재생...에너지 분야 과제 산더미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6월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컨퍼런스홀에서 술탄 알 자베르(H.E. Dr. Sultan Ahmed Al Jaber) 아랍에미리트(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왼쪽)과 면담을 가졌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분야에서는 공공요금, 원전 활성화, 신재생에너지 등 해결 과제가 산더미다.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전력은 지난해 최대 적자난을 겪은 데 이어 올해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물가 부담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동결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전기요금을 계속 누르기만 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주의 도입 의지를 드러냈다.

한전은 지난 4월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기준 연료비를 킬로와트(㎾h)당 4.9원, 기후환경요금을 ㎾h당 2원씩 올렸다. 오는 10월에도 기준 연료비를 ㎾h당 4.9원 더 올릴 계획이다.

반면 연료비 등락 여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는 유명무실한 상태다. 산업부와 기재부는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h당 0원으로 동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여파로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 중이지만 연료비 조정단가는 반년간 제자리걸음인 셈이다.

산업부는 뒤늦게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치솟는 전력도매가격(SMP)을 잡기 위해 상한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민간 발전사들 반발에 부딪혔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등 민간 발전사 관련 단체들은 “행정절차법을 무시하고 신재생 발전사업자 수익을 뺏어 한전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이라며 SMP 상한제를 비판했다.

전 정부와 상반되는 방향인 친원전 정책도 갈 길이 멀다. 산업부는 원전 수출과 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과 노후 원전 10기 계속운전(수명 연장)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업계와 학계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악화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부는 지난 5월부터 국비 33억2000만원을 투입하는 ‘원전수출기반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원전수주 가능성을 높여 나갈 기반을 마련했다. 지난 8일에는 정부 부처와 업계 관계자들과 ‘원전수출전략추진 준비단’ 회의를 열고 ‘원전수출전략 추진단’(가칭) 가동을 준비했다.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은 윤석열 대통령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 수출 장려만으로 탈원전을 막은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한국원자력산업협회 조사 결과 원자력학과를 개설한 국내 17개 대학에서 학부와 석·박사 신입생은 2016년 802명에서 2020년 524명으로 34.7% 감소했다. 2020년 국내 원자력 산업 매출액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인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약 19% 감소한 22조246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외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맞는 에너지 전환 정책,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등도 에너지 분야 과제로 꼽힌다. 이에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할 예정이다.
 
농·수산업계, 무역 확대에 불만...무역 적자도 '위기'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CPTPP) 등 무역 협의체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나온 국내 농·수산업계의 반발을 조율해야 하는 난제도 남아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국이 CPTPP 가입 시 상품 관세 철폐로 인해 농업계가 최대 4400억원의 피해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수협중앙회장을 비롯한 전국 수산업계 단체장 등으로 구성된 CPTPP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산업부에 가입 반대를 호소하는 건의서를 전달한 바 있다.

한국이 IPEF에 참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중국 반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IPEF는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경제 협력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IPEF에 대해 “중국과 협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중국이 참여하는 RCEP를 활성화하고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동시에 새로운 경제협력 틀인 IPEF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밖에 유가·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인한 상반기 무역 적자, 공급망 불안 등 해결 전략도 중점 추진 사안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자료에서 한국의 무역수지가 올해 158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장관은 취임사에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소위 3고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미·중 기술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공급망이 불안해지고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한국 산업계를 진단했다.

이어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기존의 정책 루틴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며 “민간 주도의 산업전략에 걸맞은 수준 높은 정책 구상과 실행 능력이 절실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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