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종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서울의 이산화탄소 순환을 연구하는 거의 유일한 연구자다.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의 LG유플러스 본사 맨 위(21층)와, 서울 남산의 남산 타워에 측정 장비를 설치, 2018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지난 5월 17일 서울대학교 220동 연구실로 찾아갔더니 정수종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인해 사람들 활동이 줄어들면서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가 모니터한 결과,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 활동이 줄어들었을 때 서울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졌다.
당연한 얘기 아닌가 싶다. 정 교수는 그게 아니라고 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농도를 떨어뜨리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 서울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51ppm이었다. 451ppm 중에 서울이 기여하는 정도는 25ppm이었고, 나머지 426ppm은 지구 평균값이다. 그러니 서울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구 평균보다 높은 거다. 정 교수는 “지구 평균값인 426ppm은 하와이 소재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얻는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라고 봐도 된다”라고 말했다. 어제까지 서울이 배출한 양까지 포함해서 모든 게 섞인 게 지구평균값이고, 이를 마우나로아 관측소가 측정해 보니 426ppm이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면 서울은 여기에 25ppm을 추가로 쏟아붓는다. 서울시민이 이산화탄소 발자국을 자꾸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25ppm의 서울 기여분이, 코로나 기간에 줄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기간에는 16.91ppm으로 떨어졌고, 2.5단계 기간에는 14.3ppm까지 내려갔다. 코로나 대유행을 억제하기 위해 당국은 밤 9시 이후 영업 제한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강력 시행한 바 있다.
정 교수 말을 들어본다. “이산화탄소 농도 수치가 떨어지고 안 떨어지고보다 중요한 게 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라는 게 ‘사람이 한 짓이 맞다’라는 거다.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과연 사람의 활동 때문이냐가 큰 이슈였다. 때문에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것인지를 증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게 어려웠다. 가장 명확히 증명하려면 인간 세계를 멈춰 세우면 된다. 그걸 할 수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일을 해냈다. 코로나 덕분에 세계가 멈췄다. 그리고 인간 활동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 것이라는 게 확인 가능해졌다. 나는 이게 재밌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갔다는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는 믿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 방역패스가 도입된 2021년 이후 서울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2020년에는 서울의 기여분이 줄어들었으나, 2021년부터는 원상회복됐다. 우리는 다시 이산화탄소를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울의 공기 속으로 쏟아내고 있다.
정수종 교수 그룹은 고정된 위치에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랩(mobile lab)을 가동하고 있다. 서울시의 이산화탄소 오염원 관련해서 데이터를 얻으려면 많은 곳에서 수치를 측정해야 한다. 2021년 11월 기아자동차와 ‘국가탄소중립연구협력협약’을 맺었고 기아차 측은 전기자동차 EV6 한 대와 1억원을 제공했다. 이 비용으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농도를 측정하는 장비를 구입했고, 차량에 싣고 서울 시내의 온실가스 농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있다. 기존에 운행하던 차량까지 해서 정수종 교수가 운영하는 모바일 랩은 두개다. 정 교수를 만나러 간 건 오전 10시 45분쯤이었는데, 두 대 모두 서울 시내로 측정 작업을 하기 위해 나가고 없었다.
모바일 랩이 측정한 서울 시내 이산화탄소 농도 지도를 그가 보여줬다. 자동차에 장치를 싣고 측정한 수치다. 서울 강남 지도 위에 빨간색 막대 그래프의 높이가 높다. 자동차 매연으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들이 측정된 거다. 고정된 장소에서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을 하는 곳은 현재 서울의 경우 모두 7곳이다. 정 교수 그룹이 설치한 두 곳 외에,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연구원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운영하는 측정 장비가 있다. 환경부는 불광동에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관악산 국수봉, 올림픽공원, 남산타워에서 장치를 운영 중이다. 그리고 수도권에는 인천 청라 지구 한 곳에서 한국환경연구원이 측정하고 있다.
정 교수가 보여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순위를 보니, 국가 순위에서는 한국이 9등이고, 도시에서는 서울과 인천이 최상위권에 들어 있다.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에서는 인천이 2위이고, 서울은 5위이다. 총배출량은 이산화탄소를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거다. 인천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이유는, 그곳에 발전소가 많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인천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서울 사람들이 쓸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간접 배출량 통계에서 가장 많은 도시는 도쿄이고, 서울은 2위다. 간접 배출량은 전기 사용량 같은 걸 환산해서 소비 행위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결과적으로 얼마나 유도해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서울이 세계 2위라는 건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정 교수는 한국의 온실 가스 지도를 작성하는 게 목표다. 온실가스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지도와 메테인(methane) 지도를 만드는 게 개인 연구의 큰 방향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 그리고 운송을 모두 파악해야 가능한 일이다. 오염원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식물과 토양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에서 총 흡수량을 뺀 걸 ‘이산화탄소 수지’라고 한다. 이 값이 0보다 크면 해당 지역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것이고, 이 값이 0보다 작으면 해당 지역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가 모니터에 ‘한국의 이산화탄소 지도’와 같이 보이는 자료를 띄워 보여줬다. 빨강색이 진한 곳이 이산화탄소를 순배출하는 곳이다. 수도권은 온통 빨갛다. 흰색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곳인데, 강원도 산악 지역이 그런 색이다. 정 교수는 “지금 보는 건, 정확한 통계에 기반해서 만든 게 아니다. 추정치를 갖고 만들었다. 앞으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국을 1 제곱킬로미터로 쪼개 이산화탄소 지도를 만들고자 한다. 일명 ‘한국 탄소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연구 과제를 정부가 현재 만들고 있고, 정 교수는 과제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과제가 만들어지면 연구를 수행할 사람을 찾게 되고, 연구 기간은 5년이다.
정수종 교수는 서울의 거의 유일한 이산화탄소 파수꾼이다. 서울에 이산화탄소 지킴이가 누가 또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별로 없다‘라는 식으로만 말했다. 정 교수는 “서울시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전문가는 꽤 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몇 년 전 이슈가 되면서 거의 모든 대학에 미세먼지 연구자가 한 명 이상 있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전문가는 없다. 외국은 어떨까? 정 교수에 따르면, 도쿄, LA, 파리 등 세계적인 대도시에는 해당 도시의 이산화탄소 농도 증감을 워치하는 연구자들이 수없이 많다.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는 특히 도시 규모에서 온실가스 관리를 잘 하는 세계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 전문가가 없다보니, 그는 정신없이 분주해 보였다.
미니 박스 1: 전주시와 진행하는 시범 프로젝트
정수종 교수가 전주시와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전주시 제안으로 시작했고,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관리를 어떻게 하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줄일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지난 5월부터 시작했고, 전주시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파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초 데이터가 있어야, 이 도시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시민들에게 제공해, 기후 변화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시나리오를 만들려고 한다. 올해 안에 세금 감면, 현금 보상, 혹은 마일리지와 같은 인센티브를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제공할 것인지, 시나리오를 만들 예정. 그리고 내년에는 특정 동을 선정해 시범 사업에 들어간다는 게 전주시의 계획이다. 이게 잘 되면 다른 지자체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미니 박스 2: 정수종 교수는 누구?
정수종 교수는 부산대학교 대기과학과 1996학번이고, 서울대학교에서 2010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가서 탄소 순환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프린스턴대학에 있는 미국해양대기국(NOAA) 산하 지구물리유체연구소(GFDL·Geophysical Fluid Dynamics Laboratory)에서 식물의 활동이 기후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고, 관련 방정식을 만들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미국 LA에 있는 NASA 산하기관인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일했다. JPL은 대기 중 온실 기체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위성 관측 장비(OCO, (Orbiting Carbon Observatory)를 띄우고 운영하고 있다. 정 교수는 JPL의 기후생태팀 소속으로, OCO 위성 업무를 맡아 식물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연구했다. 이후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남방과학기술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했다. 그리고 2018년 3월부터 서울대에서 일하고 있다.
최준석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조선일보 정치부 차장 ▷뉴델리 특파원 ▷카이로특파원 ▷주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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