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가계가 부담하는 부동산 금융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집을 산 사람도, 집을 사지 않은 사람도 모두 고통받는 모습이다.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3차례 더 인상될 경우 집값 상승이 없다고 가정해도 대기업 직장인 월 소득의 절반이 주거비용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직방이 금리 인상분을 반영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산출한 결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대출상환액은 매월 194만원으로, 지난해 4월보다 33만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인 3.9%를 서울 전체 면적 아파트 평균 매매가(11억5000만원), LTV 40%, 30년 만기를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면적별로 보면 서울 전용 59㎡ 아파트는 월 대출상환액(평균 매매가 9억8000만원)이 178만원, 전용 84㎡(13억1000만원)는 209만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월 대비 월 부담액이 각각 35만원, 40만원 늘었다.
한국은행은 물가인상 속도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까지 2~3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7월과 8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10~11월께 한 차례 더 인상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2.5%로 맞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기준금리는 1.75%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가계가 부담할 대출상환액은 얼마나 늘어날까. 집값이 하나도 오르지 않았을 상황을 가정하고 직방이 금리변동을 반영한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금리가 연말까지 7%대로 오르면 월 부담액이 4월보다 3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에서 올해 거래신고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0억6156만원인데 LTV 40%를 적용할 경우 3억9231만원을 대출할 수 있다. 금리가 현행 4%대에서 5.5%대로 오르면 월 대출상환액은 194만원에서 223만원으로, 금리가 7%대면 상환액은 261만원이 된다.
전용 59㎡의 경우(LTV 40%, 대출금 3억6921만원) 대출금리가 5.5%대로 오르면 월 상환액은 210만원, 7%면 월 246만원이다. 지난 4월보다 약 38% 오른 셈이다. 전용 84㎡(LTV 40%, 대출금 4억3716만원)도 금리 5.5%에선 상환액이 248만원, 7%에선 291만원으로 4월과 비교해 39% 상승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대졸 사원의 월 평균소득은 529만원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해 서울 평균 집값인 10억~11억원대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월 소득의 50%에 달하는 261만원을 부동산 가계지출에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도시근로자가구 가처분소득(419만원)의 65%, 전국 가구의 가처분소득(363만원)의 75%에 육박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센터장은 "금리인상이 지속돼 소득수준 대비 아파트 금융비용이 가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면 아파트 구매력 저하로 이어지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거래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비용의 급격한 상승은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 강화로 이어진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1∼5월) 서울에서 월세를 조금이라도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량은 3만4540건으로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월세 거래가 3만건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이미 종전 최다 기록이었던 2021년 전체 거래량(2만7928건)보다도 23.7% 많은 수준이다.
월세 거래가 늘면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낀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도 35.0%에서 39.2%로 치솟으며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준전세의 비중 역시 20.8%에 달해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이는 대출금리 인상에 더해 규제 강화로 대출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게 더 편리하고, 나중에 보증금을 빼기도 수월하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갱신 매물의 평균 전세가격이 1억~1억5000만원 정도 올랐는데, 이 경우 은행권의 평균 전세대출 금리인 3.8~4%를 가정하면 한 달에 40만~50만원 정도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면서 "금리인상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전세보다 월세가 더 저렴하다고 느끼는 세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가 전세보다 집 빼기도 쉽고, 집주인에게 관리비용을 청구하기도 더 쉽기 때문에 당분간 선호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가 월세계약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서울에서 보증금을 제외하고 월세만 1000만원 이상인 계약은 5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1∼5월 기준 순수월세 1000만원 이상 계약 건수는 2015년 1건, 2016·2017년 각 2건, 2018년 3건, 2019년 6건, 2020년 7건, 2021년 19건으로 최근 7년 연속 늘었고 올해도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의 급등과 대출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전세 대신 대거 월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면서 "가구분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0대가 부동산 시장의 주류가 되면 전세보다 월세가 익숙한 분위기가 형성돼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던 전세 제도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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