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주자들의 상임위원회 선택을 보면 향후 대통령 선거를 향한 방향타를 읽을 수 있다. 국회가 '대학'이라면 상임위는 '전공'이다. 대권 주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제21대 후반기 국회 의정활동을 시작한 '보궐 동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국방위와 외통위를 희망 상임위로 꼽았다. 역대 대선주자들이 선호하던 '상임위 코스'를 선택한 셈이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의원은 최근 국방위, 외통위, 환경노동위원회 순으로 희망 상임위를 원내에 제출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이 변호사 출신인 데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한 만큼 법제사법위원회나 행정안전위원회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경찰이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경찰청과 검찰을 각각 소관기관으로 둔 행안위와 법사위를 맡는 것은 '방탄 상임위'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 측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희망 상임위로 법사위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안 의원은 최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외통위 지망의 뜻을 전달했다. 안 의원은 최근 의원실 채용 공고에서 4급 보좌관직에 '외교·통일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외통위 유경험자'를 우대한다고 못 박았다. 외통위는 중진급 의원들이 선호하는 상임위 중 하나다. 앞서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도 20대 국회에서 외통위를 1순위로 지망한 바 있다.
대권 주자들의 상임위 선택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으로 보수층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18대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던 문 전 대통령은 19대 국회 후반기 소속 상임위를 기재위에서 국방위로 옮겼다. 약점인 '안보' 이미지를 강화해 보수층까지 발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권 주자였을 당시 기재위 소속 위원으로 활동했다. 기재위는 거시 경제 등 국가 경제의 전반적인 밑그림을 그릴 수 있어 대권 주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상임위 중 하나다.
'상임위 코스'에서 벗어났지만 대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상임위 전략을 펼쳤던 의원도 있다.
앞서 안철수 의원은 19대 후반기 당시 보건복지위원회를 소속 상임위로 선택했다.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목적으로 '송파 세모녀법' 등 서민의 삶과 밀접한 법안 처리에 주력한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찬가지로 대권 주자였던 김 전 대표는 '세월호 정국' 당시 상임위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농해수위는 인기 있는 상임위는 아니었지만, 당시 세월호 참사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임위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대권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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