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건설업계] 자잿값 폭등에 화물노조 파업으로 인력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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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6-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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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파업 사태 장기화 수순…하반기 분양시장 타격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지난 12일 경기도 광명시 광명스피돔 주차장에 항구로 옮겨지지 못한 기아 수출용 신차들이 임시 주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설업계가 올해 들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건설자재 가격 폭등으로 하반기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파업 장기화로 부동산시장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물연대와의 4차 대화는 전날 오후 2시부터 10시 30분까지 진행됐으나 결국 합의점을 차지 못하고 결렬됐다. 벌써 일주일째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국토부는 참고 보도자료를 통해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품목 확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으나 국토부는 검토 결과 수용이 곤란해 대화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물연대가 공개한 합의안 내용은 실무 협의 과정에서 논의된 대안”이라며 “관계기관 간 협의가 이뤄진 최종 합의 내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시멘트·레미콘 업계 등 직격탄…일부 건설현장 공사 중단까지

건설업계는 업종의 특성상 물류업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시멘트와 레미콘 공급 차질도 본격화되면서 현장의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실제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 현장은 자재 가격 폭등과 물류난까지 겹치면서 지난 10일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는 굳지 않은 상태로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통해 운반하지만, 출하량이 90% 이상 급감했다.

건축 현장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BCT 차량이 필수적이다. 업계에서 추산할 때 국내 BCT 차량 가운데 60% 이상이 화물연대에 소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건설현장의 60% 가량이 골조 작업 중단 위기에 처한 셈이다.

시멘트 업계에 따르면 파업 닷새 만에 시멘트 회사들의 누적 피해액은 700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주요 항만의 장치율도 71.5%로 평상시(65.8%)를 웃돌았다. 부산항과 울산항 등에서는 화물연대의 운송방해로 반·출입량이 더 감소했다.

건설사는 철근과 시멘트 등 자잿값 폭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주요 자재 공급을 가로막는 물류난까지 겹치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여름철 장마 기간과 겹쳐 공기가 늘어나고, 준공 시점이 늦춰질 수도 있다.

철강회사인 포스코도 이날 오전 7시부터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는 지난 7일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된 이후 매일 약 2만톤(t)의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창고가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러 도로나 공장 주변에 쌓아뒀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에 이르면서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선재공장은 1선재 공장부터 4선재 공장까지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또 냉연공장은 가전이나 고급 건자재용 소재를 주로 생산하는 2냉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선재제품 하루 약 7500t, 냉연제품 하루 약 4500t 등 약 1만2000t의 생산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매일 9000t의 물량을 출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전운임제, 파업 주요 쟁점…文 정부 도입 후 올해 12월 종료

화물연대의 가장 큰 파업 명분인 ‘안전운임제’는 문재인 정부와 당시 집권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2020년에 도입한 핵심 노동 정책 중 하나다.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 일몰제는 올해 12월 종료 예정이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속 등을 막기 위해 화물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그보다 적은 돈을 주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일종의 화물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제인 셈이다.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공약 중 하나로 표준운임제(현 안전운임제) 도입을 내걸었고 정부는 출범 당시 표준운임제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이 제도는 도입 당시부터 시장의 혼란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특히 화주와 경제계가 물류비 인상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각계의 지적에도 민주당 주도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화물연대는 운송 종사자들이 적은 운임으로 더 많이 싣고, 더 빨리 다녀야 하는 위험에 노출돼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과적’, ‘과속’과 이에 따른 문제가 지속해서 나타나는 현상을 방지하고,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운임을 높이는 것이 안전운임제의 핵심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의 영구적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일부 차종이나 품목별 운송 차량에만 적용되던 것을 모든 차종과 품목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안전운임제는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만 도입되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매년 분기별로 유가 변동분을 반영해 고시하는 안전운임 이상의 운송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있다. 고시 대비 낮은 운임을 지급할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화물연대와 평행선…4차까지 잇따른 교섭 결렬

정부는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무작정 화물연대의 입장을 들어주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청사 출근길에서 “지금 국토부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면서 “대화해서 풀 수 있는 것은 풀고”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 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총파업 첫날인 지난 7일에도 “사용자의 부당노동 행위든, 노동자의 불법 행위든 간에 선거 운동할 때부터 법에 따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천명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화물연대 등에 따르면 양측은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3~4차 교섭을 연속해서 진행했으나 열 시간이 넘는 대화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최종 타결 직전 국민의힘이 돌연 잠정 합의를 번복해 교섭이 결렬됐다”면서 “국토부가 협상할 것처럼 해놓고 조율도 안 된 안을 가지고 온 것에 대해 내부가 상당히 격앙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화물연대본부의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화물연대와 논의된 사안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 과정에 일부 이견이 있어 결국 대화가 중단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경제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질수록 산업계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에 업무개시 명령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업무개시 명령은 운송 업무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릴 수 있다.

국토부는 업무개시 명령은 법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조항이라며 우선은 대화로 이번 사태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무개시 명령은 강제성을 띤 조항이라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법적 검토가 전제돼야 하는 부분이고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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