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제명안 신속처리? 국회의원 특권부터 내려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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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2-06-1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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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가지 결정으로 이목을 끌었다.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1월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의원 3명에 대한 제명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자진 탈당하거나 제명 처리돼 무소속 신분이 된 이상직‧윤미향과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대상이었다. 앞서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3명을 제명하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 와중에 박완주 의원을 제명 의결한데 이어 국회 윤리특위에 징계안을 제출했다. 그동안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에 당면했던 걸 감안하면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후 어떻게 됐을까. ‘혹시나’하는 기대는 ‘역시나’로 귀결됐다.

“제명안, 신속처리”는 국민들로부터 지탄 받는 의원을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우려했던 대로 대선을 의식한 정치 행위에 그쳤다. 대선 전 제명안 처리는 무산됐고, 대선 이후는 감감무소식이다. 국회가 늑장을 부리는 동안 이상직 전 의원은 당선 무효 형을 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5월 1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이상직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4개월, 집행 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은 이와 별개로 이스타항공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6년형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의원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법정 구속됨으로써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민주당 신분으로 국회에 입성한 윤미향 의원 또한 각종 의혹에 직면해 있다. 그는 시민단체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활동할 당시 석연치 않은 의혹에 휩싸였다. 검찰은 윤 의원을 기부금품법 위반과 후원금 유용, 준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긴 상태다. 윤 의원은 검찰 기소를 정면 부인하고 있지만 명예는 실추된 지 오래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이해충돌 방지법을 위반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본인과 친·인척, 지인 회사가 국토부와 공공기관으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공사를 부당하게 수주했다는 의혹이다. 성 비위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3선 박완주 의원도 제명 안이 윤리특위에 회부된 상태다.

각종 비위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국회 자정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릇된 동료 의식에서 비롯된 ‘솜방망이 처분’이 고작이다. 국회의원은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에 의해 보호 받는다. 대의기관으로서 소신 있는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헌정사상 국회의원이 본회의에서 제명된 경우는 1979년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유일하다. 박정희 정권에 저항한 대가였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여야는 한 목소리로 불체포 특권 폐지를 외쳤다. 민주당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정해 추진하라. 100% 찬성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불체포 특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에 대한 맞대응이었다.

1991년 국회 윤리특위가 설치된 뒤 31년 동안 본회의에서 국회의원 제명은 한 건도 없다. 또 2005년에는 국회의장 직속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강제권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지경이다. 앞서 3명에 대한 제명 의견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국회 윤리특위 기능을 강화하고 면책특권이나 불체포 특권을 시대흐름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자정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고 더는 면책특권이나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그것이다. 덧붙여 심사자문위 의견을 윤리특위가 반드시 반영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 동료 의원의 일탈 행위에 대한 제재는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다.

그동안 심사자문위는 이 같은 필요성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국회는 호응하지 않고 있다. 스스로 족쇄를 채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 국회법은 선언적 수준에 그친다. 구체적 사례를 적시함으로써 경각심을 높이고 제재 효과를 높여야 하건만 누구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금품 수수나 성범죄 등 형사적 처벌이 가능한 범법 행위는 수사기관에 맡기되 일탈 행위는 국회 자정 기능에 맡기는 게 옳다. 피감기관에 대한 막말이나 보좌진에 대한 갑질은 경계해야 한다. 현재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는 경고, 사과, 출석 정지, 제명 등 네 가지다. 징계가 보다 효과를 거두려면 경제적 불이익이 최우선이다.

세비 삭감은 가장 강력한 징계 수단이다. 윤리특위에 접수된 징계 안을 30일 내 강제 처리하거나 자문위 결정 의무 반영도 중요하지만 세비 삭감은 실질적이다. 이와 함께 징계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오‧남용하는 면책특권과 불체포 특권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회는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이용해 임시국회를 소집하거나 회기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방탄 국회’를 자초했다. 앞서 언급했듯 1948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을 명문화한 건 권력으로부터 견제를 위해서였다. 한데 언제부터인지 비리를 저지른 동료 의원을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전락했다. 국회의원 스스로 당당하다면 불체포 특권 제한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2000년 16대 국회 이후 본회의에 상정된 체포 동의안은 38건이다. 이 가운데 가결은 8건(21.1%)에 불과했다. 대부분 부결(31.6%)되거나 철회 또는 임기 만료로 폐기(47.4%)됐다.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면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을 통과해야 한다. 표결되지 않을 경우 그 후 최초 개의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하지만 국회는 본회의 의사일정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체포를 지연시키는 ‘꼼수’를 써왔다. 이제라도 권한에 맞게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국회법을 개정하는 게 옳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거대 양당이 국회를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서라도 특권을 내려놓기에 나설 때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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