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인구 1400만명 시대를 맞은 가운데 펫테크 기업이 뜨고 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pet)’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반려동물 서비스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말한다. 최근 재택근무와 재택수업이 종료되면서 집에 혼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한 기술과 플랫폼이 이목을 끌고 있다.
14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1448만명(604만가구)이다. 이는 국내 인구의 30%에 달한다. 한국인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이들 중 88.9%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이자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인다. 이 반려동물 인구는 매달 고정적으로 반려견, 반려묘에 각각 13만원, 10만원의 고정 비용을 지출했다.
이런 추세에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펫테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반려가구의 64.1%는 펫테크 기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자주 사용되는 펫테크 기기는 ‘자동 급식기와 자동 급수기’(39.4%)와 ‘홈 CCTV와 카메라’(30.3%), ‘자동 장난감’(26.1%) 순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020년 57억달러 수준인 세계 펫테크 시장은 연평균 25%씩 성장해 2027년 272억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펫테크의 발전은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한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1인 또는 2인 가구와 노인 가구의 반려동물 보급률을 상승시킬 여지가 크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려동물 가정과 산업의 확장 속에서 관련 스타트업 역시 ‘폭풍 성장’ 중이다. 기존에는 글로벌 펫푸드 기업들이 대세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펫테크 스타트업들이 진격하고 있다.
◆ 반려동물 앱에 딥러닝부터 AI·메타버스까지 도입
반려동물 이커머스 플랫폼 펫프렌즈는 지난해 반려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반려동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모바일인덱스 기준 반려동물 앱 월간 사용자수(MAU)는 작년 평균 24만명으로 펫커머스 분야 1위다. 펫프렌즈의 누적 가입자 수는 약 93만명이다.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액은 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펫프렌즈는 70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고객들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각 물류센터 간 유기적인 재고 관리를 통해 수준 높은 물류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가다.
특히 고객 충성도를 나타내는 재구매율이 80%대에 이른다. 철저히 고객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한 성과를 거두며 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년 대비 내부 인력도 두 배 이상 늘어 150여명이다.
2019년 설립된 애니멀고는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유치원, 카페 등 각종 서비스를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종합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과 함께 서울 삼성·도봉·논현, 제주 등 4곳에서 오프라인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딥러닝 기반의 애니멀고 플랫폼을 통해 반려동물의 혈통, 배변, 나이, 감정을 분석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각 반려동물에게 맞는 최적의 펫 용품과 사료 등을 추천해 준다.
애니멀고는 앞으로 펫테크 IoT 상품과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데이터를 확보하고 오프라인에 활용해 매장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반려동물 건강검진 서비스와 전용 보험을 개발하고 반려인이 부재중인 상황에서도 반려동물의 안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메타버스형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도 추진 중이다.
반려동물 의약품 전문 스타트업 펫팜은 전국 1500여개 이상의 동물약국 회원을 보유한 업계 최대 동물약국 이커머스를 운영 중이다. 펫팜은 지난달 가천대학교 데이터과학연구센터와 ‘반려동물 빅데이터 및 AI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향후 펫팜 앱에 AI 서비스를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프랙티컬은 모바일 기기로 집에 있는 반려동물에게 동영상을 틀어주는 앱 ‘반즐’ 서비스를 최근 시작했다. 모바일 기기에 달린 카메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영상통화를 할 수도 있다.
◆ 펫테크 기업에 돈 몰린다
펫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펫팜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기술창업 투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됐다. 팁스는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창업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는 민간투자 주도형 육성 프로그램이다. 펫팜은 2021년 팁스 운영사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이번 팁스 선정으로 2년간 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는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솔루션 스타트업 핏펫은 지난 5월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이하 BRV)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BRV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블루런벤처스의 아시아 투자 플랫폼이다.
핏펫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동물병원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 반려동물 건강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펫보험사 설립에 힘을 쏟는다. 핏펫은 현재 반려동물 질병 간편검사 서비스 ‘어헤드’를 제공하고 있다. 동물병원 찾기 및 리뷰 서비스 ‘병원찾기’ 서비스도 펼치고 있다. 반려동물 건강 맞춤 온라인몰 ‘핏펫몰’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핏펫몰에서는 반려동물 보호자 수요에 최적화된 제품을 판매한다. 반려동물의 종·성별·나이·질병 이력 등 건강·구매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제품을 추천해준다.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아이엠디티는 지난달 GS리테일과 IMM프라이빗에쿼티(PE), 한화손해보험으로부터 총 7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마쳤다. 이번 투자로 아이엠디티는 운용 중인 국내 최초 동물병원 얼라이언스 벳아너스를 통한 동물 의료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