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드와 간편결제가 보편화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현금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캐시리스(cashless·현금 없는 매장) 기조가 이 같은 사회적 변화에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하는 현금 지출 금액은 51만원으로 2018년(64만원)에 비해 13만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2015년 38.8%, 2018년 32.1%)로 해마다 줄어 신용·체크카드(58.3%)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한은은 가계와 기업의 현금 보유, 사용 행태, 현금 사용 시 장단점 등 현금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 3년에 한 번씩 경제주체별 현금 사용 행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작년 9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전국 가구주 1500명, 종사자 수 5인 이상인 기업체 505곳, 편의점과 전통시장 등 현금 전문 취급업체 45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응답자 대다수(97%)는 일상적인 거래를 위해 지갑이나 주머니 등에 '거래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소지하고 있는 평균 현금 보유액은 8만2000원으로 2018년(7만8000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거래용 현금으로 5만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응답자 비중은 2018년(49.3%) 대비 11%포인트 증가한 60.3%를 차지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위기 국면에서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려는 이들도 전보다 많아졌다. 예비용 현금이란 현재 소지한 돈 외에 비상시 등에 대비해 집과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을 말한다.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 비중은 지난해 31.4%로 3년 전(23.3%)보다 8.1%포인트 늘어났다. 보유액별로 보면 예비용 현금을 30만원 미만 보유한 가구 비중이 8.6%에서 17.7%로 크게 증가했다.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은행권(지폐)은 5만원권과 1만원권이 주를 이뤘다. 한은 조사 결과 거래용 현금 권종별 구성비(금액 기준)는 5만원권(48.1%)과 1만원권(41.9%)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집에 보관하는 예비용 현금은 전체 중 66% 정도가 5만원권으로 집계됐다.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현금 없는 사회'는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한 캐시리스(현금 없는 매장) 문화가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9%가 최근 1년 동안 상점과 음식점 등에서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3년 전 조사(0.5%)와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준이다.
'현금 결제 거부'는 주로 카페와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이뤄졌다. 또 자영업 사업장(13.7%)이나 기업형 슈퍼마켓(5.4%)에서도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 고령층(2.3%)보다 프랜차이즈 매장을 자주 찾는 20대가 현금 결제를 거부당한 경험(12.6%)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한은은 "일부 사업장의 현금 결제 제한은 현금 거래에 따른 거래 내역 회계처리 누락 위험, 현금 분실·도난 위험, 보관·입출금 등 관리비용 부담 등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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