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5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대폭 올렸다. 0.75%포인트(p)가 한꺼번에 올라간 배경에는 급격한 물가상승이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는 등 전 세계는 물가와의 전쟁 속으로 휩쓸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글로벌 에너지의 상승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물가 공포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이제는 전쟁을 끝내야 하는 시점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4개월간 지속되고 있다. 그러는 동안 국제 유가는 120달러를 넘어서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유럽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하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조사가 나왔다고 전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내심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외교위원회(European Council on Foreign Relations·ECFR) 싱크탱크가 발표했으며,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와 데이터프랙시스가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는 4월 말에서 5월 중순 사이에 이뤄졌으며, 독일, 루마니아, 스웨덴을 포함한 유럽 10개국의 성인 817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설문에 응한 응답자 중 33%가 넘는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를 희생하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원했다. 22%는 러시아를 처벌하고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회복할 때까지 전쟁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전쟁의 책임에 대해서는 73%가 러시아가 문제라고 밝혔다. 64%는 미국, 유럽연합, 우크라이나가 아닌 러시아가 평화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전쟁의 장기화를 피해야 한다는 이들과 정의 구현을 위해서는 전쟁이 더 길어지는 것도 견뎌야 한다는 양 의견으로 극명히 나뉘었다.
전쟁의 빠른 종료를 선호한 이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자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상승과 생활비 위기와 같은 문제보다 러시아에 대한 조치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불만을 표했다.
경제가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 경제에 또 다른 충격을 가하고 있다.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은 5월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에너지의 오름세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WP는 "동부 우크라이나의 전투가 격화되면서 전쟁의 피로가 치솟고 있으며, 식품 가격 및 에너지 요금이 함께 오르면서 유럽 정부들의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의지는 시험에 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ECFR의 이반 크라스테브, 마크 레오나드는 이런 대중의 여론 변화는 유럽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 유럽의 여론이 바뀌고 있으며, 이는 곧 더 힘든 시기가 올 수 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