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는 KT의 후원으로 1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블록체인과 플랫폼법 및 데이터법의 이슈와 과제'를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자산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문서, 투표, 물류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는 만큼 법적 쟁점과 관련한 연구는 필수다. 이번 세미나는 온라인 플랫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데이터 이용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논의를 이어갔다.
정진근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과 NFT 플랫폼에서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관리·통제는 저작권법에 따르면 삭제하거나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디지털 사본의 삭제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나, (기술적으로 완전히) 삭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으론 부족하다"며 "블록체인과 분산형 파일 시스템(IPFS)에서 디지털 사본의 완벽한 삭제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거래 플랫폼의 프로젝트 삭제만으로 온라인 서비스 공급자(OSP)의 책임 제한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블록체인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및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윤 변호사는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정보 주체의 동의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며, 개인정보 활용 방법으로 '공정한 합의 모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정보 주체와 처리자가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는 데이터 신탁을 제안했다. 데이터 신탁이 정보 주체를 대신해 개인정보의 활용을 위한 이용 조건을 설정하고, 정보 처리자에게 이용을 허락하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데이터 협동조합 서비스와 일본의 정보은행을 그 예로 들었다.
윤 변호사는 "데이터 신탁에서 고려할 사항은 정보 주체가 자기 데이터 처리를 다른 주체에게 위임할 수 있느냐, 그것이 어떤 효용을 줄 것이냐에 대한 것"이라며 "신탁자에게 이용 대가를 나눠주려면 수탁자의 사업 모델이 확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탁자와 정보처리자 간 이해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은 이성엽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준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김태오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김태윤 빗썸코리아 상무, 박해원 KT 법무실 변호사, 이승민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보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데이터진흥과장이 참여해 정부·학계·법조계·IT 업계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데이터 신탁은) 정보 보호에 무관심한 정보 주체를 대신해 유리한 데이터 활용 조건을 교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며 "다만 플랫폼에 신탁 단체가 더해지는 상황이라, 정보 주체에게 돌아가는 수익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 정보 주체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와 혜택을 주기 위해서는 효율적이고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BM)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KT는 '민클'을 통해 KT가 발행한 NFT뿐 아니라 제3자가 발행한 NFT도 등록·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저작권 위반 방조 책임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 상품의 저작권 침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 사전 검수 제도 또는 검색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저작권 침해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 해당 작품을 삭제해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만약 해당 NFT가 KT의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된 경우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서버에서 삭제하는 조치도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특별 세미나를 통해 기존의 법적 규율을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블록체인과 연계된 문제들, 특히 플랫폼의 역할과 기능, 데이터법의 적용 가능성 등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논의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법이 제도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기술 발전과 산업 혁신을 격려하도록 제반 법제를 발전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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