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하게 죽고 싶다" 연명치료 거부자 급증...4년 동안 14배 늘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광주)박승호 기자
입력 2022-06-20 13:1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노인복지관까지 확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사진=인터넷 ]

전남 나주에서 사는 이씨(92세)는 지난 19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지난 2019년 건강이 크게 나빠져 전남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대동맥출혈로 수술 권유를 받았지만 죽음을 잘 준비하고 싶다는 평소의 뜻을 밝히며 수술을 거절했다. 이 씨가 이같이 결심한 계기는 남편의 사망이었다. 남편은 10년 동안 투병하면서 2년 6개월 동안 의식이 없었다. 그 사이 이 씨 본인은 물론 자녀들이 간병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고 연명치료에 회의감을 느꼈다. 남편이 사망하자 이 씨는 자식들에게 “식물인간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남은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존엄하게 죽음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한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고 등록 기관도 노인복지관까지 확대되면서 앞으로 더욱 널리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연명 의료’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문서다. 연명 의료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수혈 등 치료 효과 없이 단순히 삶을 연장하는 시술을 뜻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 2018년 2월 도입됐다.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등록기관을 방문해 작성할 수 있으며, 언제든 의향서의 내용을 변경 또는 철회할 수 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 제도가 도입된 2018년 첫 해 전국적으로 8만 6691명이 동의했고 이어 2019년 53만 2667명, 2020년 79만 193명, 2021년 115만 858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5월 현재 130만 8938명이 서명했다. 4년 만에 14배 이상 늘었다.
 
광주·전남에서도 마찬가지다.
 
2018년 광주에서 155명, 전남에서 195명이 서명한 이후 꾸준히 늘었다. 올해 5월에는 광주 2만 8000여명, 전남 3만 5000여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서명했다. 4년 사이 180배나 늘어난 것이다.
 
등록기관도 늘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2차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지정 결과’를 보면 전국 등록 기관이 568곳으로 늘었다. 지역보건 의료기관 131곳, 의료기관 133곳, 비영리단체 34곳, 공공기관 2곳, 노인복지관 30곳, 건강보험공단 지역본부·지사·출장소 238곳 등이다.
 
광주·전남에서는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동구노인종합복지관, 영광군노인복지관 3곳이 추가 지정돼 등록 기관은 51곳으로 늘었다. 광주 11곳, 전남 40곳이다.
 
이번에 추가 지정된 곳은 의료기관 뿐 아니라 노인복지관까지 포함돼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노인복지관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지역보건의료기관과 의료기관, 비영리법인·민간단체, 공공기관 등 4종류 기관에서만 등록할 수 있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