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원자재 값 고공행진...국내 패션 브랜드 가격 인상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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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6-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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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명동중앙점 [사진=연합뉴스]

물류비용과 인건비는 물론, 의류 제작에 사용되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패션기업들이 제품값 인상을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유니클로가 오는 27일부터 일부 제품의 국내 판매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로 하면서 스파오, 탑텐 등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제품 등의 도미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1일 미국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2월물 면화 선물 가격은 지난 17일 기준 파운드당 118.29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최근 들어 의류 제작에 많이 사용되는 원면 등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면화 생산에 필요한 비료 수출길이 막혔고, 기상 악화와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면화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인이 됐다.
 
게다가 세계 최대 면화 수출국인 미국에서 가뭄과 홍수 피해가 발생하면서 지난해 면화 생산량은 201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보였다. 또 미국이 중국 위구르산 면화 수입을 금지하면서 면 공급이 부족해졌다.

샤넬 클래식백 [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천정부지 치솟는 원단과 부자재 가격…글로벌 브랜드 가격 줄인상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정하고 물류비용과 공임비용 등이 동시에 늘면서 국내외 패션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값에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루이비통, 샤넬, 디올, 프라다 등 글로벌 명품브랜드는 1년에도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고 있다. 샤넬은 지난해에만 총 4번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제품 가격을 올렸다. 스테디셀러인 ‘클래식’ 라인은 가방 하나에 1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그럼에도 또다시 ‘가격 인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구찌 역시 이달 15일 전체 품목 가격을 평균 6%가량 올렸다. 올해 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이다. 프라다 역시 올해 1월에 이어 2월 주요 인기 제품 가격을 5~11%까지 인상했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스포츠 브랜드는 올해 초 일부 제품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글로벌 SPA브랜드 자라도 일부 제품 가격을 약 5% 인상했고, H&M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가격 인상은 국내 패션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니클로는 오는 27일부터 국내에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다. 이미 일본 유니클로에서는 지난해 일부 제품 가격을 1000엔가량 인상한 바 있다. 지난 4월 야나이 타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은 “원재료 가격이 2배에서 3배까지 올랐다”면서 “원재료 가격이 50%까지 오르면 현재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유니클로 측은 전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유니클로는 시장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책정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오랫동안 지속돼 온 국제 원자재 및 물류비, 운송비 등의 인상과 함께 최근의 급속한 물가 인상으로 인한 매장 및 사업 제반의 운영비 상승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공지했다.

스파오 매장 전경 [사진=이랜드]

◆국내 패션 기업들도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으로 의류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의류 원자재 가격 인상은 국내 패션기업들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에서는 대체로 비슷한 원부자재를 사용한다. 그중에서도 SPA브랜드의 경우 생산 주기가 빨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자체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물량이 많아서 의류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물량을 대량으로 구비해둔 상태다. 이 때문에 원자재값 인상이 당장 제품 가격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의류 제작에 들어가는 원가가 많이 높아져 타사에서는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미리 비축해둔 물량이 있어서 당장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지만, 추후 상황을 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는 스파오는 내부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는 “올해 S/S 시즌에는 가격 인상이 없었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F/W 시즌에는 가격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SPA브랜드가 아닌 일반 패션 브랜드의 경우 이미 지난해 기획을 끝낸 제품들이 S/S시즌에 맞춰 출시되고 있어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 한섬 등 국내 패션 업체들은 브랜드별로 평균 가격대가 형성돼 있어 수십년 동안 비슷한 가격 정책을 가져가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이 가격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에 의류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부자재를 바꾸거나 생산 대체 원단을 찾는 방식으로 단가를 맞추고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과 더불어 물류 및 인건비도 15~20%가량 늘어난 만큼, 하반기 F/W 시즌부터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은 이미 하반기 코오롱스포츠의 F/W시즌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보통 패션기업들은 다음 시즌 의류 제작을 미리 진행해두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당장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라며 “다만 향후에 인플레이션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대체 원재료를 사용하거나 가을‧겨울 시즌에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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