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공화국' 한국 정치···복합 위기 불렀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단행한 87년 체제 이후에도 '한국 정치 위기론'이 끊이지 않는다. 그 중심엔 무엇이 있다고 보나.
"국민 통합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난 5년간 너무 심하게 분열됐다. '갈등 공화국'이라고 할 정도다. 모두 정치인들 잘못이다. 끊임없이 증오·분열·갈등·적을 만들어 공격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정치가 치유·화합과 통합·중용의 길을 가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 정치가 점점 전쟁이 돼 버렸다. 이 파고를 내려 앉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다. 세계에서 우리 경쟁력이 없어졌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가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세계경제가 너무 안 좋은 것도 사실이다. 복합 위기다. 그중 하나는 튼튼했던 우리 내실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정말 걱정스럽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많다.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은 '기업은 이류, 관료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했는데, 공감하나.
"전적으로 공감한다. 정치권은 경제인들의 의욕을 잃게 만든다. 경제인을 범죄시하는 분위기에서 무슨 의욕이 나오겠나. 또 세금을 부과하고 규제를 가하며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압박했다. 갈등 공화국에 이어 '규제 공화국'이다. 우리나라만큼 규제가 많은 나라도 없다. 규제 입법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과 부작용, 규제를 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생산 효과를 비교해 봐야 한다. 규제 실명제를 해야 한다. 또 손실이 발생했을 때 '1000분의 1, 1만분의 1이라도 내가 감당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제적 성장동력을 스스로 떨어뜨린 것이 안타깝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이다. 탈원전이라는 엉터리 소리를 했고, 나라 경쟁력을 너무 떨어뜨렸다.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런 정책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칠금 중에 '교만'을 가장 경계했다. 숙의를 중시한 세종대왕 리더십에 가장 맞는 대통령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정치인이 교만하지 않을 수 없다.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그리스 비극의 핵심이 '휴브리스(교만)'였다. 국민들이 고집이 세지만 최대한 설득해야 한다. 조금 늦더라도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종대왕의 리더십은 끊임없는 토론과 경청·소통이 바탕에 깔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국민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에 이 리더십에 부합하는 인물을 딱 얘기할 순 없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참을성의 리더십을 펼쳤다. 북방외교도 많이 했는데 저평가됐다. 정치는 생물이다. 고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정치 9단이었으나 임기가 끝나고 나올 때는 실패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부정적 유산이 너무 많다. 어려운 과제를 맡은 만큼 노심초사해야 한다."
◆"인사가 만사···빚진 게 없는 尹, 국민만 봐라"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반가량 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출근길 상시 '도어스테핑(약식 회견)'을 하는 등 소통 행보를 보였지만 인사 리더십은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검찰 중심의 편향 인사라는 지적도 있는데.
"인사가 만사다. 국민 통합은 어려운 문제다. 말은 국민 통합이라고 하는데 결국 '인사'와 '정책'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 핵심 참모들의 무능과 부도덕, 뻔뻔함에 질려서 그랬는지, 윤 대통령이 능력에 주안을 둔 인사를 하다 보니 성별·지역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한 것 같다. 정권 초반이어서 인사 검증 시스템이 다 발휘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아쉽고 애석한 점이다. 윤 대통령이 정치 신인이다 보니 이런 면에 신경을 덜 쓰고 있다. 요즘 인재 찾기가 쉽지 않다. 두루두루 찾아 삼고초려, 삼십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정치색이 없는 사람 한번 써보는 게 어떨까 싶다. 이 좁은 사회에 지역 갈등이 심한 건 불행이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강력한 책임총리제다.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이 있듯이, 권한의 집중 때문에 책임총리제가 제대로 작동할까 우려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권한이 (미국 대통령보다) 막강하다. 그러나 집행부인 행정부가 법을 만들어 심의해 달라거나 자기 공무원을 감사하는 것은 삼권분립에 맞지 않는다. 5년 단임제, 개헌을 해야 불행하게 안 끝난다. 헌법에 총리 권한은 '행정각부 통할'이라고 한 줄 명시돼 있는데 대통령 눈에 벗어난 행동을 할 수 없으니 어렵다. 대통령은 총리에게 독자적 권한을 줘야 하고, 행정도 총리 중심으로 가야 한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청와대가 행정의 중심이었다. 청와대 공화국이라고 했다. 갈등·규제에 이어 세 번째 공화국인 셈이다. 사실은 총리와 장관이 1선에서 움직이고 용산 대통령 비서실은 2선에서 움직여야 한다. 인사도 마찬가지다. 인사권·행정권을 내각에 줘야 한다. 인사권 없는 장관 말은 잘 안 듣는다. 검증은 청와대나 특별기관에서 해야 한다. 그래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간다."
-여권 내부에서 '윤핵관'을 둘러싼 파워게임 이야기가 나온다. 이른바 '계파 정치'와 관련해 후배 정치인들에게 조언한다면.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아서 윤핵관(윤석열 정부 핵심 관계자)이 어떤지 솔직히 모른다. 하지만 위기라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분열된 조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집에 불이 나서 불 끄기 바쁜데 네가 옳으니, 내가 옳으니 그렇게 싸울 시간이 어디 있나. 위기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뚜렷한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뚜렷한 리더가 없는 이유는 당내 리더십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정말 안타깝다.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이 정말 흉금을 터놓고 1박 2일, 길면 2박 3일까지 밤을 새워서라도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팬덤 정치라고 하는 끼리끼리, 올망졸망, 도토리 키재기식 정치는 계속된다."
-윤 대통령의 가장 큰 장점은 0선이다 보니 정치권에 빚진 게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어디인가. 연금·공공을 비롯한 구조 개혁인가.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인기에 연연하면 안 된다. 정치 신인으로서 빚진 것도, 봐줘야 할 사람도 없다. 오직 국민만 생각하고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에서 서툰 탓에 실수는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민은 언젠가는 알아봐 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개혁이란 말을 가장 많이 썼지만, 사실상 개혁을 가장 못한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사람이라고 본다. 개혁에 반대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자기 개혁에 반대한다고 적폐로 몰지 말고,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마약쟁이 범죄자 이재용은 감옥으로 가야한다
불법과 편법으로 근로자의 피를 빨아 자기 배를 채우는 악덕기업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