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력난] 국가적 의제 된 인재 양성...업계·대학 '동상이몽' 끝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문기 기자
입력 2022-06-27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산업계와 학계, 정부와 국회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목표로 연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백가쟁명인 형국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탓에 다양한 주장이 동시다발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현재의 분위기를 일단은 반기면서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력난 문제가 하루빨리 해소돼야 하는데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는 데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릴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듯이 100년 후까지 고려한 인재 양성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이와 같은 동상이몽을 극복하는 게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 놓고 업계·대학 ‘이견’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우선 반도체 계약학과 확대를 통해 인재 부족 현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연세대, 성균관대(이상 삼성전자), 고려대(SK하이닉스)에 계약학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더해 카이스트, 포항공대(이상 삼성전자), 한양대, 서강대(이상 SK하이닉스)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치해 내년도 신입생부터 학과생 모집에 나선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선 기존에 운영하던 반도체 계약학과에서 성과가 있으니까 확대하려는 것 아니겠냐”며 “석·박사와 학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골고루 있는데 학사급 인재 채용에서 계약학과라는 방법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계약학과 운영을 놓고 기업과 대학의 의견이 일부 다르다는 점이다. 기업은 학생들이 실무적인 역량을 강화해 입사하길 원하는 반면 대학에서는 학문적인 부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각자의 지향점이 다르다.

산업계는 계약학과 교육과정과 관련해 기업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교육이 대학에서 이뤄지는 만큼 현장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업에서 요구하는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건의를 통해 조율해 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은 (계약학과 졸업생들이) 뽑아서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라지만 ‘대학은 직업 학교가 아니다’라는 반발도 있어 의견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수도권 소재 대학을 중심으로 계약학과가 개설된다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고 나선 것도 의견 차이를 드러내는 부분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가 몰리는 게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인데, 업계는 내심 수도권 소재 대학에 계약학과를 설치하길 원하는 눈치다.
 
반도체 전체 생태계 측면에서 봤을 때 계약학과가 확대되는 경우 중소기업은 인력난이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반도체 설계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업들은 미래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역을 담당해야 하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계약학과 개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교수들도 의견 분분...“계약학과, 현실성·효용성 없어” vs “긍정적, 걱정 안 해도 돼”
대학가에서도 계약학과의 효용성을 두고 일부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지원 방향성에는 서로 다른 생각을 보이는 것이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는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 공개 토론회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는 교수 선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현실성이나 효용성이 없다”며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석·박사급 고급인력을 키워내는 것만이 현재 유일하게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차세대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석·박사급 인력을 양성하는 게 반도체 인력양성의 핵심인데, 계약학과로는 전문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또 학부생에게 반도체라는 좁은 분야를 가르친다면 최근 추세인 융복합 인재를 키워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반도체 계약학과를 보유한 한 대학교의 교수는 계약학과와 관련해 “긍정적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계약학과를 설치하는 대학에 각종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교수와 학생들의 선호도도 높고 잘 운영될 것이란 취지다.

실제로 주요 대학입시 학원에서 제작하는 학과별 지원 가능 점수표에서 반도체 계약학과는 매년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졸업 이후 유망 산업을 대표하는 대기업으로의 취직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기업 취직이 ‘보장’된다는 것은 일부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입학하는 순간 대기업 입사가 결정되는 만큼 대학 생활에서 학과 공부가 뒷순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취업이 보장된 일부 학생들이 계약학과 개설 취지와는 다르게 오히려 공부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학 측에서도 수업의 긴장감 측면에서 계약학과와 일반 학과가 다르다는 얘기가 들려온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