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1918년 볼셰비키혁명 이후 104년 만에 처음으로 외화 표시 국가부채에 대한 디폴트에 빠졌다. 이는 해외 채권자들에 대한 지급 경로를 차단한 서방 제재의 영향 탓이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이후 유럽연합(EU)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금융 제재를 시행했다. 지난달 미국 재무부는 미국 은행과 투자자가 기존 러시아 채권을 처리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한 사전 제재 면제 기한을 만료시켰다. 지난 3월 EU도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시스템(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정)에서 퇴출시켰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은 동결됐고 러시아 은행들도 국제 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 그 외에도 EU는 러시아의 석유 수출 금지 등 추가적인 제한 조치도 병행했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러시아 무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외화 표시 국채 이자 1억 달러(1300억원)를 지급해야 했다. 원래 지급 기한이 지난달 27일까지였지만 30일 유예 기한이 주어졌었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를 통해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내 상환 의무를 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러시아 금융 제재로 인해 개별 투자자들은 이를 받지 못했다.
이번 디폴트와 관련해 러시아의 공식적인 선언이 나오지는 않았다. 이와 같은 경우 디폴트의 공식적인 선언은 신용평가사에서 나온다. 하지만 유럽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가 철회된 상태다.
23일 만기 연장된 채권 발행 서류에 따르면 채권 보유자의 25%가 채무불이행 발생에 동의하면 보유자가 직접 신고할 수 있다.
러시아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은 1918년 볼셰비키혁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 부채는 오늘날 가치로 1조 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지난 4월 초 외국인이 현재 러시아의 유로본드 200억 달러 상당을 보유하고 있어 당시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지급 기한 마감이 지남에 따라 투자자의 향후 행보를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들이 즉시 행동할 필요가 없고 결국 제재 완화를 바라면서 버티는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채권 서류에 따르면 지급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권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그 이전까지는 러시아를 둘러싼 외부 환경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경제학자 다카히데 가우치는 "대부분의 채권 보유자들은 지켜보는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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