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외환보유고를 축적한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달러 강세에 맞서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대량으로 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중앙은행의 움직임이 자국 통화가치 급락을 막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통화정책이 막을 내리지 않는 한 달러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국의 외환보유고 잔액은 6월 17일 기준으로 현재 2214억 달러(약 284조 원)로, 2년여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인도네시아 보유고 역시 2020년 11월 이후 가장 적으며, 우리나라와 인도 역시 1년여만에 가장 적은 수준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외환보유고는 2015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GAMA 애셋 매니지먼트의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라제이 드 멜로는 “일부 국가는 환율 시장이 출렁일 때 자국 통화를 안정시키기 위해서 준비금을 사용했을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 달러 대비 자국 통화의 약세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시장 개입을 통해) 하락폭을 완화할 수는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지난 1997년 발생한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뒤 아시아 각국 중앙은행은 외환 시장이 출렁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달러 보유에 공을 들였다.
그러나 올해 연준이 빅스텝(0.5%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기준금리를 급속도로 올리자, 달러화 가치는 폭등했고 아시아 지역 통화 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이날 필리핀 통화인 페소는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고, 인도 통화인 루피는 지난주 사장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연준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도 0.5%포인트 혹은 0.75%포인트에 달하는 큰 폭의 금리인상을 추가 단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금리를 크게 올리면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는 하방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 강세가 연준의 긴축통화정책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HSBC 홀딩스 Plc의 아시아 경제 연구 공동 대표인 프레드릭 누먼은 “(아시아 통화 가치 하락) 추세가 반전하려면 (중앙은행의 개입 외에도)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며 “투자자들이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만, 미국 달러 가치가 후퇴하는 등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아시아 지역에서 아직 최악의 상황이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자국민의 생활비 위기를 타파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들은 글로벌 공급망 혼란, 보호 무역주의, 중국의 봉쇄정책, 기후변화로 인한 작물 수확 감소 등으로 인해 아시아의 인플레이션이 앞으로도 악화할 것으로 분석했다.
노무라의 아세안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유벤 파라쿠엘레스는 “(각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제한된 재정 자원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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