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LP들⑨] 운용자산 2000억 달러 넘어선 '국부펀드' K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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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2-06-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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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투자공사]

한국투자공사(KIC)는 정부 외환보유고의 수익률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설립됐다. 한국은행에서 위탁한 10억 달러로 투자를 시작해 지난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총자산 2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200배 이상 몸집이 커졌다. 특히 최근 들어선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가파르다. 2016년 총자산 1000억 달러 고지에 도달한 이후 5년 만에 자산 규모를 두 배로 불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체자산 투자 본격화

시행착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출범 직후인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며 안팎으로 비판에 직면했다. 이전까지 연 7% 정도를 기록했던 운용수익률은 2008년 말 마이너스(-) 14.5%까지 떨어졌다. 전년도는 물론 시장 평균(벤치마크) 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다만 KIC는 저평가된 주식 부문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통해 이듬해 수익률을 18%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주식, 채권 위주의 투자에서 사모펀드와 부동산 등 대체자산으로 투자 다변화에 나섰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KIC는 최근 수년간 안정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2018년(-3.7%)을 제외하곤 모두 두 자릿수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는 투자수익 169억 달러, 수익률 9.1%를 올렸다. 2017년(16.4%), 2019년(15.4%), 2020년(13.7%)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안정적 운용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자산별 수익률은 주식(18.6%), 사모주식(11.3%), 부동산·인프라(7.8%), 헤지펀드(5.6%), 채권(-4.6%) 순이었다. 전체 대체자산 투자수익률은 8.8%로 나타났다. 

부동산, 사모펀드 등 대체자산은 전통적인 투자처보다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원하는 시점에 유동화가 어렵고 수익을 거두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 단점이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국부펀드들이 일정 수준까지 대체자산 투자를 늘린 이유이기도 하다. KIC 역시 대체자산 투자 초기부터 20% 선까지 비중을 확대하고자 해왔다. 지난해 자산배분 비중은 주식(40.6%), 채권(34.9%), 대체자산(17.5%)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전통 자산의 비중이 줄어든 가운데 대체자산은 15.3%에서 17.5%로 2%포인트 이상 늘었다.
 

[그래픽=아주경제]

◇'글로벌 톱10' 국부펀드 목표··· 위탁운용 확대 이뤄질까

해외 국부펀드들은 대체투자 비중을 20%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KIC는 2009년 대체자산 투자를 시작한 뒤 2015년 처음으로 투자 비중이 두 자릿수(12.4%)를 돌파했다. KIC는 대체자산 비중을 오는 2014년까지 21%, 2027년까지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해외 거점을 활용해 유망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새롭게 개설한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통해서도 벤처투자와 사모주식 부문에 대한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운용자산 규모 10위 이내의 글로벌 국부펀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국부펀드 및 연기금 분석기관인 글로벌 SWF(Global SWF)에 따르면 현재 운용자산 규모 1위는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2위는 중국투자공사(CIG)가 차지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운용자산이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운용자산 규모가 2050억 달러인 KIC는 14번째에 위치해 있다. 

자산규모 확대를 위해 KIC가 국내 타 연기금, 공제회의 자산도 위탁운용할 수 있도록 한국투자공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 한국투자공사법 2조는 KIC에 투자를 위탁할 수 있는 기관을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연기금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는 자체 투자조직과 운용 노하우를 갖추고 있지만, 별도 조직 없이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곳도 상당수에 달한다. 현 윤석열 정부의 경우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소규모 기관 자산을 KIC에 위탁 운용하는 방안을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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