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분양에 이어 진행된 무순위 청약마저 찬밥신세를 겪자 할인 분양까지 등장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에 공급된 후분양 아파트 단지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최근 기존 분양가에서 15%를 할인해 공급에 나섰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달 중순 무순위 청약에 나섰지만, 주인을 찾지 못했다. 133가구 모집에 신청은 97건에 머물렀다. 이 아파트는 분양공고 당시부터 고가 분양 논란이 일었다. 앞서 가장 작은 면적대인 전용면적 59㎡의 최고 분양가는 9억2490만원이었다. 전용 76㎡는 최고 10억2940만원, 전용 78㎡는 11억4780만원으로 분양 가격이 각각 책정됐다.
분양가가 9억원이 넘으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받을 수 없다. 현금부자만 무순위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는 할인 분양으로 인해 전용 59㎡는 6억8000만~7억8500만원, 전용 78㎡는 8억6385만~9억7563만원으로 분양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그룹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 부영 애시앙을 잔여 가구에 한해 2000만원 할인 혜택을 적용 중이다. 전용 143㎡ 단일면적대로 구성된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9억5000만원대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송도 럭스 오션 SK뷰는 다섯번에 걸쳐 무순위 청약 공고를 게시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도 무순위 청약을 8번이나 실시했다.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4차, 송도 자이 더 스타 등도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거나 앞으로 진행한다. 해당 단지들도 높은 분양가가 발목을 잡았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313만원이었는데 올해 5월 기준 분양가는 1473만원으로 12.18%올랐다. 이처럼 분양가는 우상향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데 금리 상승으로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 여력이 줄면서 청약시장에도 옥석가리기가 심화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내달 한국은행도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최대 7~8%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직방에 따르면 주담대 이자가 7%가 될 경우 서울의 전용 84㎡ 아파트를 최대한 대출받아 사들인 집주인은 지금보다 이자로 매달 82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집값이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분양가가 상승했다”며 “이전과는 달리 분양을 받더라도 가격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퍼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이자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서울이나 수도권일지라도 입지와 상품성 등에 따라 양극화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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