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지표 연일 신기록] '기대인플레' 10년 만에 최고…물가 6% 넘어설까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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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06-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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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향후 1년간 물가가 얼마나 더 오를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0년 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요금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이달 물가상승률이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시되는 가운데 한은의 긴축 움직임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6월 기대인플레이션율 3.9%, 전월 대비 0.6%p↑···수치도 증가폭도 '쑥'

물가인식 및 기대인플레이션율 [사진=한국은행]

29일 한국은행이 전국 2305가구(응답 기준)를 대상으로 조사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오름폭(0.6%포인트) 역시 한은이 관련 수치를 공식 집계한 이래 가장 컸다.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물가인식)도 직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한 4.0%을 기록했다. 이 역시 역대 최고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기대인플레는 향후 1년에 대한 물가 기대치이긴 하나 현재의 물가 흐름을 계속 반영하고 있어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올 들어 유독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6% 수준이던 기대인플레는 2월 2.7%, 3월 2.9%, 4월 3.1%, 5월 3.3%에 이어 이달에 이르기까지 6개월 연달아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 상승 등 공급망 차질이 가장 큰 요인"이라면서 "외식비를 비롯한 개인서비스 요금 등 생활에 밀접한 체감물가가 높아진 점도 기대인플레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대인플레 수치에 대한 응답을 보더라도 급등세가 두드러진다. 이번 조사에서 기대인플레를 5~6% 수준으로 답변한 가구 비중은 17.8%로, 3~4% 응답자(18.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해당 비율을 4% 이하로 전망한 비율이 전월 대비 12%포인트 이상 줄어든 반면, 5% 이상으로 전망한 비중은 무려 11.2%포인트 확대됐다. 최근 물가 상승에 대한 보도나 외식 등 체감물가의 상승, 여기에 미국의 빅스텝 조치 등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기대인플레도 그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향후 어떠한 품목이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유가 상승 영향에 따라 석유류제품(82.5%, 복수선택 가능)을 꼽았다. 이어 농축수산물(44.2%), 공공요금(31.4%) 순으로 파악됐다. 전월에 비해서는 석유류제품(+11.7%포인트), 농축수산물(+5.5%포인트)의 응답이 늘어난 반면, 공업제품(-4.9%포인트)과 집세(-4%포인트) 비중은 감소했다.

응답자들은 현재의 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으로 봤다. 실제 물가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수준전망CSI(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는 6포인트 상승한 163을 나타냈다. 이 또한 2008년 7월(16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되는 모양새다. 실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6.2포인트 하락한 96.4로 집계됐다. 소비자심리지수가 100을 밑돈 것은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기준값인 100보다 높을수록 소비 심리가 낙관적이고 낮을수록 비관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경기에 대한 인식과 앞으로의 경기 전망이 가장 많이 악화됐다. 지난달 개선세를 나타냈던 소비지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확대됐다. 황 팀장은 "체감물가 상승, 미국의 긴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심리도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기대인플레물가상승 '악순환 끊어라'···한은 빅스텝 등 긴축 속도낼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은은 이처럼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 시기에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간 상호작용이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가상승기에는 물가와 관련한 뉴스 등 정보가 더 많이 제공되고 실질소득이 줄면서 물가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기대인플레를 높이고 이와 같은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여지가 높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달 발표될 '물가 상승률'도 초미의 관심사다. 앞서 언급된 6월 물가상승률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결정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6%대 도달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다음달 금통위에서 사상 최초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 등도 유력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달 소비자물가가 5%를 넘어 6%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곡물가 급등 영향을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면서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6월 물가상승률이 6%를 뛰어넘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어렵다"며 확답을 피하면서도 "5월 물가상승률(5.4%)보다 6~7월 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 속 한은이 긴축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통화정책에 있어 물가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물가흐름에 대해 "전반적으로 상방 리스크가 우세한 상황"이라며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은의 이같은 시각을 반영한 듯 이날 발표된 보고서에서도 금리수준전망치(금리수준전망CSI)는 사상 최고치인 149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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