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제 유연화 vs 주4일제 확산… 中企 근로시간 '빈부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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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7-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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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도 주4일제 도입 확대… "인재 유입 인센티브"

  • 대다수는 주52시간제도 어려워… 기업 간 양극화 심화

경기 안산시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한 염색공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 사이에서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다만 대부분 중소기업에선 경영 여건상 주 4일제 도입이 불가하며 오히려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이런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지만,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점차 늘면서 중소기업들 간 근로시간의 빈부격차가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근무시간 줄여도 생산성 올라요”··· 주 4일제 도입 확산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교육기업 휴넷은 이달부터 주 4일제를 정식 도입했다. 휴넷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주 4.5일 근무를 시행해 왔으며, 올해 1월부터는 6개월간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하며 직원들이 일주일 중 하루를 자유롭게 선택해 쉴 수 있도록 했다.
 
근무시간을 줄였지만 오히려 생산성은 늘었다. 주 4.5일제가 시행된 이후 최근 3년 동안 휴넷 실적은 매년 20%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효과를 확인해 제도를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휴넷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 동안 직원 설문 결과를 토대로 함께 일하고 함께 쉬는 것이 몰입도와 생산성을 높인다고 판단했다"며 "직원들이 가장 많이 휴무일로 택했던 금요일에 전 직원이 쉬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육기업 에듀윌 역시 주 4일제를 시행 중이다. 에듀윌은 2019년 6월 교육업계 최초로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이후 매출액이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 등 생산성이 올랐다. 
 
배달앱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부터 주 32시간제를 시작했다. 주 5일 체제는 유지하되 일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형태로, 근무시간은 주 4일제와 동일하다. 월요일은 오후 1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일하고 나머지 평일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한다.
 
격주로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곳도 있다. 카페24는 매달 둘째‧넷째 주 금요일을 휴무로 지정하고 있다. 밀리의서재도 지난 1월부터 격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해 매달 둘째‧셋째 주 수요일에 쉬고 있다.
 
주4일제 희망·만족도 높아··· 인재 유입 차원에서 시행
당초 유연근무제는 정보기술(IT)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됐으나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등을 시행하면서 주 4일제 도입 논의가 빨라졌다. 주 4일제를 시행 중인 기업들은 탄력근무제 시행에도 오히려 생산성이 증가했다는 점을 제도 도입 이유로 꼽는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지난해 전면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 효율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조직에 자율성과 업무 집중도를 높임으로써 일과 가정 양립 문화를 구현해보고자 주 32시간제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업의 주 4일제 시행은 직원에 대한 복지이자 인재 영입을 위한 유인책이기도 하다. 개인의 자율성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치열한 IT 업계에서는 이 제도가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이 되고 있다. 
 
실제 커리어 플랫폼 퍼블리가 IT 업계 종사자 4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절반(50%)은 가장 원하는 복지제도로 주 4일제를 꼽았다. 이어 △재택‧하이브리드 근무(25%) △자유로운 유급휴가(13%) △워케이션(10%) 등으로 집계됐다.
 
중기 대다수는 “주 52시간제도 버거워··· 유연화해야”
반면 영세 중소기업‧스타트업 사이에서 주 4일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중소 제조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생산성이 감소해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에 주 4일제는커녕 아직까지 주 52시간제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기업들도 많다.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인당 근무시간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에선 역부족이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근로자들 역시 근무시간 제한으로 더 많은 임금을 가져갈 수 없어 불만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르는 어려움 정도 [자료=중기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중소제조업 55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의 42.4%는 주52시간제 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어려운 이유로는 ‘구인난(39.6%)’이 가장 많았고 ‘사전 주문 예측이 어려워 유연근무제 활용이 어려움(32.3%)’, ‘추가 채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20.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벤처‧스타트업에서도 주 52시간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로운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개발하는 업무 특성상 특정 시기에 일이 몰릴 수 있는데 주 52시간제로 인해 탄력근무에 지장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 근로시간을 1주 40시간으로 정하며 연장근로는 주 1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게임 스타트업 A사 대표는 “통상 업계에서는 게임 론칭 등 특정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시점을 ‘마일스톤’이라고 한다. 마일스톤 이전까지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며 “매일 이렇게 일하는 게 아니라 특정 시점까지 노동력을 끌어다 쓰는 건데 1주 연장 근무 시간이 12시간을 넘을 수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정부, 주 52시간제 유연화 예고··· 양극화·인력난 심화되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주 52시간제 유연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노사 합의를 기반으로 운영 방법과 이행 수단을 바꾸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같은 달 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을 열고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를 통해 월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연장 근로시간을 월 48시간 기준으로 판단해 주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로도 가능하게 된다.
 
이후 대통령실이 확정된 방침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주 52시간제 유연화는 윤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만큼 검토를 통해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기‧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제도 개선으로 노동 경직성이 완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높이는 분위기다.
 
다만 노동계에선 주 52시간제 유연화가 양극화를 심화시킬 거란 우려가 제기된다. 주 4일제 등 탄력근무제를 시행하는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극화가 오히려 대기업의 인력 쏠림으로 이어져 중소기업‧스타트업의 인력난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주 52시간제 개선을 통해 기업의 인력 활용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인력이 대기업 등으로 쏠린다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에서도 근로시간을 줄이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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