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조직인 공공운수노조, 건설노조, 서비스연맹 등은 이날 낮 12시께부터 을지로 일대에서 사전집회를 진행했다. 본집회는 오후 3시 30분께 전국 각지에서 집결한 주최 측 추산 노조원 약 6만명이 세종대로 일대에 집결하며 시작됐다. 경찰은 이날 집회가 노동계 집회로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 후 최대 규모라고 보고 있다.
본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민영화 저지 등을 요구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부는 우리에게 노예로 살라고 한다. 더 많이 일하고 주는 대로 받으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는 못 살겠다. 오늘 우리는 당당한 주인으로 살겠노라 모였다”며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배달 오토바이 위에서 목숨을 건다. 임대료는 두 배, 세 배 뛰고 가맹 수수료는 재벌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는데, 460원 오른 최저임금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정규직이 1000만명인데 아무런 대책도 없다. 민영화로, 민간 위탁으로 아예 비정규직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공공성을,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단상에 선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5% 인상됐다. 부총리(추경호 경제부총리) 말대로라면 올 하반기 물가가 6%씩 오른다는데 따져보면 내년 최저임금은 삭감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집회가 열린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체감온도는 33.5도까지 치솟았다.
폭염 속에 집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은 저마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주최 측이 나눠준 수건으로 얼굴과 목을 감싼 채 연신 얼음물을 들이켰다. 더위를 참지 못한 이들은 인근 그늘을 찾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폭염에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피켓을 들고 “물가 폭등 못살겠다. 윤석열 정부가 책임져라” “노동자는 죽어난다” “노동개혁 저지하라” 등 구호를 연신 목청껏 외쳤다.
이날 집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첫 대규모 집회인 만큼 경찰도 충돌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광장, 숭례문, 서울역, 삼각지 일대 경비를 강화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경찰 부대는 총 120개, 1만명에 육박하는 경력이 동원됐다.
앞서 경찰청은 법원이 허용한 조건을 벗어난 불법 집회와 행진은 가용 경찰과 장비를 총동원해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집회가 끝난 후엔 노조원 약 2만6000명이 삼각지까지 이동했다. 당초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집회에 대해 금지 통고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민주노총이 서울 남대문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 통고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집회에 4만5000명, 행진에 3만명으로 참가 인원을 제한하고, 행진 종료 후 즉시 해산하라는 조건으로 집회와 행진을 허용했다.
이들은 △숭례문∼서울역∼삼각지 △대한문∼서울역∼삼각지 △서울광장∼서울역∼삼각지 등으로 경로를 나눠 3개 차로를 이용해 오후 4시 30분부터 오후 5시 40분께까지 행진을 한 후 집회를 마무리했다.
본집회 인근 서울시청 주변은 노조원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와 무분별한 흡연으로 아수라장을 연상케 했다.
더위에 지친 노조원들은 삼삼오오 서울시청 주변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한 후 피켓과 빈 음료병을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떴다.
서울 도심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 여파로 일대에는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0분 기준 도심 차량 통행 속도는 시속 9.5㎞, 서울시 전체 평균도 시속 19.5㎞에 그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