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맞서 금리를 인상 중인 가운데 한국은행도 7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빅 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된다. 미국도 7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 최대 3.5%까지 금리 인상을 예고 중인 만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커졌다. 한·미 금리 역전 상황이 발생하면 외국계 자본의 이탈이 불가피하고 이는 증시 추가 하락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목소리 또한 높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당분간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지속하면서 올해 말 연방기금 목표 금리의 최종 수준 전망치를 2.75%에서 3.50%로 수정했다. 특히 미국 연준은 오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75bp(1bp=0.01%포인트) 인상이 유력시된다.
앞서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것은 1994년 이후 약 28년 만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0.75~1.00%에서 1.50~1.75% 수준으로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뒤 “다음 회의에서 0.5%포인트 또는 0.75%포인트 인상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준이 7월에도 빅 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다고 예고한 만큼 한국은행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만일 7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빅 스텝에 나서지 않으면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이어진다. 한은이 금리를 0.25%포인트를 올리면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2%가 된다. 여기에 연준이 금리를 빅 스텝 이상으로 올리면 미국은 금리 상단이 2.25%로 높아져 금리 역전으로 이어진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진다. 여기에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상황이 이렇자 한은도 이번 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는 데다 한국이 미국에 비해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점에서 한은이 금리 역전을 일부 용인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재용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의 금리 인상 방향성과 관련해 “미국이 선진국 내에서 독보적으로 높은 기준금리를 형성하고 있고, 한국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 그리고 부동산 등 내수 경기에 미칠 파장 등을 한은도 감안하고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한은이 연말 3.0%까지 금리를 올린다 해도 3.5%로 예상되는 연준의 기준금리를 밑돌며 기준금리 역전을 일정 부분 용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금리 역전이 현실화하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도 현실화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에 의해 방향이 좌지우지되는데, 특히 외국인 투자자에게 중요한 건 환율”이라며 “자본차익 외에 환차익과 관련된 부분이 총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고 금리가 역전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이 시장에서 이탈한다”면서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2018년 3월을 저점으로 위를 향해 오르기 시작했고 외국인은 그 기간에 국내 주식을 대량 순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손호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는 1.75%로 동일하지만 시장금리인 한국통안채 6개월물과 미국 리보금리 6개월물로 본 한국과 미국 금리는 이미 역전된 상황”이라면서 “미국이 7월 금리를 인상한 후 역전된 금리 차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FOMC 회의에서 75bp 인상이 유력함에 따라 한은은 추가적 자금 유출과 원화 약세 심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 금리 인상 행보와 결을 같이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은은 미국과 금리 역전, 원화 약세 심화 가능성, 과도한 금리 인상에 의한 국내 경기 악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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