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주의보] 청주·여주·광양 등 전세가율 85% 근접···"전세금 떼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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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2-07-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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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내 한 상가에 밀집한 공인중개업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근 부동산시장의 관망세가 짙어지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역전세'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전셋값이 매매 가격을 웃돌면서 임대차 계약 만료 후 퇴거 시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명 '깡통전세'의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다. 특히 공시가격 1억원 안팎의 지방 중소 도시 저가 아파트에서 시작된 이러한 현상이 최근엔 수도권 소형 주택과 빌라까지 번지고 있다. 

◆'전세가율 80%↑' 위험 지역, 전국 18곳으로 늘어

부동산 업계에선 통상 전세가율(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이 80%를 넘어서면 깡통 전세 위험성이 크다고 해석한다. 일례로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1억원인데 전세금이 7000만원이라면 전세가율은 70% 수준이다.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이가 작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선 전세가율이 높을 경우, '갭투자'에 유리하다고 평가한다. 보유자산이 적어도 집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반면 임차인의 입장에선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어질수록 위험부담이 커진다. 특히 전세금이 매매 가격을 넘어설 경우에는 임대인으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영향으로 집값은 약세로 돌아섰지만, 실수요자들이 찾는 전세 시장은 상대적으로 가격 강세가 여전한 상황이다. 이 여파에 이미 일부 지방 중소 도시에선 전세가율 80%를 넘긴 곳이 다수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의 전세가율은 68.9%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당시 70.4%와 비교했을 때 소폭 우하향하고 있기에 전국의 아파트 전세시장이 안정세를 보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8개 도 지역의 평균 전세가율은 80%에 육박하는 수준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분기 기타 지방의 전세가율은 77.1%로, 2019년 1분기(77.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시·도별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79.0%를 기록한 전북이었다. 뒤를 이어 △경북 78.8% △충남 78.8% △충북 77.9% △전남 77.4% △강원 77.0% 등이었다. 지방 중소도시 중 전세가율이 80%를 넘은 경우도 12곳에 달했다. △전남 광양이 84.9%로 가장 높았으며 △경기 여주 84.2% △충남 당진 83.4% △전남 목포 83.3% △경북 포항 82.6% △충남 서산 82.6% △강원 춘천 82.6% 순이었다. 

가장 최근 집계인 5월 통계에선 전세가율이 80%를 넘은 지방 중소도시의 숫자는 18곳으로 늘어났다. 전국과 서울의 평균 전세가율이 63.8%와 60.2%로 양호한 수준을 보인 것을 감안했을 때 지역 간 양극화가 심화한 것이다. 

5월 통계에서도 전남 광양이 85%로 가장 높았으며 포항 북구 역시 같은 수준인 85%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서는 △청주 서원구 84.3% △경기 여주 84.2% △충남 당진 83.5% △전남 목포 83.4% △청주 상당구 82.8% △충남 서산 82.6% △경기 이천 82.4% △강원 춘천 82.1% △천안 동남구 81.5% △경북 구미 81.2% △전북 군산 81% △마산 회원구 80.8% △천안 서북구 80.4% △대구 북구 80.3% △전북 익산 80.3% △전남 순천 80.1% 순이었다. 

해당 통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지방 소도시뿐만 아니라 중간 규모의 주요 도시와 수도권 중소도시도 상당수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경기도에선 여주와 이천시가 각각 84.2%와 82.4%를 기록했고, 각 관할 도의 주요 도시들로 꼽히는 춘천시(82.1%)와 포항시(82.9%), 천안시(80.8%)와 청주시(80.4%) 등의 전체 평균 전세가율도 80%를 넘어섰다. 

실제 지방 중소 도시에선 역전세 거래 사례를 빈번히 찾아볼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강원 원주시 단계동 C아파트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1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한 달 전 매매 실거래가는 전셋값보다 2500만원 낮은 9500만원이었다. 경남 김해시 부곡동의 D아파트 전용 80㎡도 매매 실거래가(1억4900만원)보다 1300만원 비싼 1억62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맞았다.

수도권에선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자주 나타났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소형 평형으로 구성한 300가구 미만의 단지형 빌라를 가리킨다. 지난 4월 7000만원에 팔린 경기 평택시 E빌라(전용 25㎡) 매물이 지난달엔 9500만원의 전세 보증금으로 세입자를 맞았다. 경기 의정부시 F빌라(전용 17㎡) 매물 역시 지난 5월 매매가격(7500만원)보다 1000만원이 더 많은 전세 8500만원에 계약됐다.
 

2022년 5월 기준 전세가율 80% 이상 지역 [자료=한국부동산원]

◆'전세 사기' 피해액 급증 중...신종 '이자 지원 전세' 수법도 주의  

한편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는 '전세 사기' 피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전세 보증사고는 약 30%나 증가했다. 공사가 집계한 올해 1~4월 전세 보증사고 피해 금액은 20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56억원)보다 30% 급증했다. 이는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만 조사한 것으로 전체 피해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임대차시장에서 보증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0% 정도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전세금 보증사고는 2015년부터 구체적인 집계를 시작한 이래 2017년 이후 폭증하는 추세다. 2017년 74억원에 불과했던 피해액은 2018년 792억원, 2019년 3442억원, 2020년 4682억원, 2021년 579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종합지원 대책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원 장관은 지난달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북부관리센터를 방문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 공인중개사, 관련 전문가 등을 만나 관련 피해 현황과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예방대책 등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원 장관은 "임차인의 소중한 전세보증금을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라면서 "주요 피해자인 2030세대를 위해 보증료 부담을 낮춰 전세보증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현재 계류 중인 악성 임대인 공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HUG에는 전세 피해 지원센터를 조속히 설치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신종 전세 사기 수법도 밝혀졌다. HUG 등에서 제공하는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악용한 '이자 지원 전세' 수법이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세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는 전형적인 '깡통전세'라는 사실을 가리기 위해 세입자에게 대신 전세 대출 이자를 지원하고 퇴거 시 발생하는 전세금 미지급 위험은 보증보험을 통해 회피하려는 의도다. 애초부터 부실한 전세 계약임에도 임대인도 세입자도 모두 피해를 보지 않고 HUG나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 전세보증보험 기관에 그 피해를 전가하는 구조다.

이러한 이자 지원 행태는 아파트보다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 등과 같이 시세가 불분명해 전세금을 높게 받아도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 주택 유형에서 주로 발생하기에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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