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일선 경찰관들은 왜 바깥으로 뛰어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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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7-0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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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진 경찰청 직장협의회 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찰이 공룡화됐다.” 최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내놓는 말이다. 경찰의 권력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결국 썩는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경찰국 신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들은 삭발투쟁도 감행했다.

“일선 경찰관들이 오늘 발표하는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반발이라든가 그런 것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말처럼 일선 경찰과 먼저 소통을 했다면 괜찮았을까. 결과만 놓고 본다면 소통 부재가 일선 경찰관들의 반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각에서는 “공룡화된 행안부는 누가 통제하냐”는 반문도 나온다. 경찰을 통제하면 행안부도 공룡화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법은 그 사람의 ‘선의’만을 믿고 만들어선 안된다. 시스템을 통해 어떤 사람이 악의를 갖고 있다고 해도 통제가 가능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법치’가 바로 이를 뜻한다. 그러나 경찰국 신설은 법치가 아닌 이른바 ‘꼼수’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이 법치를 언급하던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을 비판하는 이유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경찰을 통제한다는 것이 무엇을, 어떻게, 왜 통제한다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30년간 경찰 조직이 변하지 않은 이유는 지나치게 비대하고 권력과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사건들과 권력의 관계가, 윤 정부에서 시행되는 경찰국 신설이 권력과의 단절로 어떻게 이어진다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박종철 열사 사망사건’을 담은 영화 ‘1987’에는 학교, 길거리 등 사방에 사복을 입은 경찰들이 있었고, 박종철 열사 사망사건을 두고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 되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경찰도 있었다. 그 시기의 경찰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1970~1990년대에는 내무부에 치안국이 따로 있었다. 영화 1987에서도 나왔듯이 내무부 치안본부는 윗선의 의중을 떠받들고, 윗선의 지휘를 직접받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당시의 경찰은 객관적이지도 중립적이지도 않은 조직이었다. 이후 1991년 경찰은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떨어져 나와 지금의 경찰이 됐다.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검찰의 수사권이 축소되고 있고, 경찰이 수사기관의 핵심이 된 만큼 독립성과 중립성은 더 중요한 가치가 됐다. 그간 경찰은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에 대해 검찰보다 빨리 총구를 겨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문제는 경찰이 스스로 잘못을 인식하고 고쳐나가야 되기도, 언론이 정치세력화되지 않도록 감시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는 문제기도 하다. 정말 증거만 따라서 수사를 하는 수사관도 있다. 이같은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경찰을 정권 차원에서 통제한다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다.

검찰은 직접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직접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야 권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이 커져 공룡화됐다는 비판을 받는 경찰의 수사부서 인력 누출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경찰의 권력이 커졌다면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왜 계속되는 것일까. 일선 경찰관들은 “권력이 아니라 업무가 공룡화됐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검사는 그만두면 변호사를 할 수 있지만 경찰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일선의 반발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식의 인식은 문제해결로 이어질 수 없다. 경찰국 신설을 막기 위한 일선 경찰관들의 몸부림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들은 정치적 중립성 훼손과 외압 우려 등을 강하게 지적한다. 통제를 위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면 국민적인 공감을 얻기는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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