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시장 돋보기] 삼성·LG '텃밭' 옛말…외국산 '전쟁터'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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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기자
입력 2022-07-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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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10년 만에 600만대 넘어 호황

  • 커머셜 노트북, 삼성·LG 2·3위로 밀려

  • 게이밍 PC, HP·레노버·에이수스 順

국내 PC 시장의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면 이제는 외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입지 확장이 눈에 띈다. 이에 한국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이른바 ‘텃밭’이라는 말도 현 시장 구조에는 더 이상 맞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 등으로 경기침체가 가속되면서 삼성·LG가 외산 브랜드에 밀리는 현상은 보다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차세대 시장인 게이밍에서도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PC 시장에서의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0년 만의 ‘600만대’ 재달성, 국내 PC 시장…‘하이브리드 워크’ 여전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PC 시장은 다시 한번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19 시기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노트북, 태블릿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상황에서도 여전히 회사와 집을 오가는 ‘하이브리드 워크’ 형태의 근무가 이어지면서 PC 시장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국내 PC 시장 규모가 607만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670만대의 출하량을 냈던 2011년 이후 약 10년 만에 다시 600만대를 넘어선 것이다. 직전 해인 2020년과 비교했을 때는 약 15.3% 늘었다. 그 가운데 특히 가정에서의 PC 보유 수가 349만대로 전년 대비 17% 증가해 시장 전체의 성장을 이끌었다.
 
기업 부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16.2% 증가한 157만대를 기록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1.1%는 노트북이 차지했다. 또한 비대면 수업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면서 이를 위해 교직원, 학생 등에게 노트북 지급이 이뤄진 교육 부문의 노트북 출하량도 대폭 늘어 66만대를 나타냈다. 이는 전년 대비 39.2%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PC 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 워크뿐만 아니라 앞으로 비대면 환경에서 PC를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또한 코로나19 상황 속 게임을 취미로 갖는 이들이 늘면서 게이밍 PC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에이수스의 엑스퍼트 북(ExpertBook) [사진=에이수스]

차세대 먹거리 ‘게이밍’마저 HP가 점령…외산에 밀리는 삼성·LG
특히 게이밍 시장은 급성장세가 예상된다. IDC는 올해 글로벌 게이밍 PC 시장 규모가 2019년 4130만대에서 2025년 5230만대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5%에 달한다. PC 제조사들은 이미 게이밍 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보고 잇따라 게이밍 분야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이 외국 기업들의 경쟁지로 변해가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 국내 PC 수요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양분해 입지를 구축한 형태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엔데믹 상황에 접어들면서 이 같은 시장 지형이 외국 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 새 먹거리인 게이밍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들이 밀리기는 마찬가지다.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컨슈머 게이밍 PC 시장에서 HP코리아가 점유율 약 18%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약 2%를 기록했던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년 만에 9배가량 점유율이 커진 것이다. HP코리아가 국내 게이밍 PC 시장에서 1위를 한 것은 처음이다. 2~3위에는 중국 레노버와 대만 에이수스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국내 커머셜 노트북 시장에서도 해외 기업에 의해 뒷 순위로 밀린 바 있다. 에이수스는 올해 1분기 국내 커머셜 노트북 시장에서 점유율 31.6%로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외산 브랜드로서는 최초다. 삼성전자(28.4%)와 LG전자(17.4%)는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2022년형 삼성 Neo QLED 8K로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연동 서비스 '게이밍 허브'를 실행한 모습 [사진=삼성전자]

원인은 ‘인플레+소비자 전문화’…“삼성·LG, PC 전략 변화 필요”
최근 외산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전자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자 소비자의 전문화가 이뤄졌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PC를 사던 과거와 달리 직접 제품의 성능 하나하나를 비교 분석하게 됐다는 것이다.
 
같은 성능이라도 비교적 가격대가 있는 삼성전자나 LG전자보다 저렴한 외산 브랜드를 택하는 수요가 늘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더해 인플레이션 등 좋지 않은 경제 상황도 하나의 배경이 됐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소비자들이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중요하게 살펴볼 수밖에 없는 소비 환경이 구축됐다.
 
이와 함께 한때 외산 브랜드의 큰 단점으로 여겨졌던 서비스 문제도 점차 개선되며 영향을 미쳤다. 실제 HP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게이밍 제품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이밍센터 두 곳을 열어 운영 중이다. 질 높은 서비스로 수요를 가져가던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의 차별성이 약해지며 입지가 좁아진 하나의 이유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게이밍 성능을 주력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 1일 스마트 모니터는 물론 TV에서도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삼성 게이밍 허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미 국내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브라질, 스페인 등 총 9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간의 연결성을 무기로 게이밍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게이밍 분야에 대해 최근 투자를 많이 하지 않으면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진 것 같다”며 “이러한 전통적인 강자들과 달리 외산 기업들은 최근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외산 브랜드의 강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인포그래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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