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총재, 임기 내 고집 꺾을까…포스트 구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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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7-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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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로다의 이유 있는 고집?

  • YCC 포기할까…헤지펀드들은 '한다'에 베팅

  • 포스트 구로다는 누구?…내년 4월 긴장 최고조 달할 듯

외환위기가 아시아 금융시장을 휩쓸던 1998년 여름, 엔화 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했다. 당시 일본 재무성 고위 관료였던 구로다 하루히코는 과도한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이라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약 25년이 흐른 현재, 엔저를 우려했던 관료는 일본은행(BOJ) 총재로서 지난 10여 년간 BOJ를 이끌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임기 막바지에 엔·달러 환율은 137엔대를 돌파하는 등 2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엔의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임기를 9개월 남짓 남겨둔 구로다 총재가 초저금리에 집착한 결과다.
구로다의 이유 있는 고집?

[그래픽=아주경제 DB]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 등 외신은 엔화를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구로다 총리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라고 짚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확대되자, 엔화 가치는 역대급으로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엔화의 운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동안 BOJ가 기존 통화정책을 고수할 경우 엔화 가치는 앞으로도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약 BOJ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전환하거나 글로벌 경기침체에 놀란 연준이 통화정책을 유턴할 경우 갑작스러운 역전이 촉발될 수 있다.

노무라증권의 외환 전략가인 고토 유지로는 “미국 경기침체의 위험이 커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엔화가 강세로 반전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과거의 움직임을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는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지만, 경기침체 시기에는 엔화가 평가절상되곤 했다”고 FT에 말했다.
 
일본의 물가는 꿈틀대는 모습이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분석했다. 단적인 예로 미국과 영국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8% 이상으로 치솟았지만, 일본의 경우 5월 기준으로 2.5% 수준이다. 이는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살짝 웃돌 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큰 신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할 경우 상승률은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임금 상승이 지지부진해 인플레이션이 고착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FT는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임금 상승세가 거셌던 반면, 일본은 임금 인상의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도 이를 의식한 듯 보인다. 그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1998~2013년 지속된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인해 기업들이 임금인상에 나서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회복하고 기업들이 높은 이익을 기록했다”면서 “노동시장도 상당히 타이트해졌으나 임금과 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구로다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마이너스 금리와 국채 금리를 0%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그의 고집은 일본의 기초 경제가 약하고 금리가 높으면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칠 것이란 판단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YCC 포기할까…헤지펀드들은 ‘한다’에 베팅

지난 6월 30일 일본 도쿄 거리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애널리스트들은 BOJ의 일드커브컨트롤(YCC)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를 궁금해한다. BOJ가 2016년 1월 도입한 YCC는 일본 10년물 국채 금리를 약 0% 수준으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만약 국채 금리가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상회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BOJ는 국채를 대거 사들여 금리 상승을 억누른다.
 
BOJ는 YCC가 지속 가능하도록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0.25%까지 범위를 확대했으나, 올해 들어 해당 목표치는 도전에 직면했다. BOJ가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중 마지막 비둘기로 남자, 헤지펀드들이 BOJ가 결국에는 YCC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하고 국채 공매도에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는 JP모건을 비롯해 슈로더투자신탁운용, 블루베이애셋매니지먼트, 그래티큘 애셋매니지먼트아시아 등이 일본 국채를 대거 팔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과거 금융계 거물들의 일본 국채 시장 붕괴 예측은 번번이 빗나갔다. 2009년에 헤지펀드 그린라이트 캐피털을 이끄는 데이비드 아인혼은 일본 정부의 부채가 디폴트로 이어지리라 예상했고 헤이먼 캐피털의 카일 배스는 일본 국채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모두 틀렸다. 2012년 금융 컨설팅 회사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의 데이비드 로슈는 일본 국채 금리가 급등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실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구로다 총재가 임기 전에 YCC를 조정할 것인지를 두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바클레이즈는 BOJ가 오는 9월께 10년물에서 5년물로 YCC의 타깃을 좁힐 것으로 예측하고, 일부는 YCC의 허용 범위를 0.25% 이상으로 확대할 것으로 본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BOJ의 통화정책 변경이 미국의 경기침체와 겹치면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경기침체에 놀란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엔화 약세가 빠르게 역전될 것이란 지적이다.
 
블룸버그는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엔화를 포함한 안전자산의 급격한 상승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봤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의 전략가인 로드리고 캐트릴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달러 가치는 올해 연말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3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트 구로다는 누구?…누가 되든 덜 비둘기파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새 BOJ 총재를 임명하는 내년 4월, 통화정책을 둘러싼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긴장의 서막은 초금융완화주의자로 꼽히는 가타오카 고우시 BOJ 이사의 교체다. 오는 7월에 가타오카 이사의 자리에 선임되는 오카산 증권 글로벌리서치센터의 다카다 하지메 이사장은 중도파 또는 매파에 가깝다. 가타오카 이사가 퇴임하면 BOJ의 비둘기파는 9명 중 4명으로 줄어든다.
 
2013년부터 BOJ를 이끈 구로다 총재의 뒤를 이을 인물로는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BOJ 부총재와 나카소 히로시 전 BOJ 부총재가 꼽힌다. FT는 “이들은 구로다 총재를 보좌한 인물들로 (이들 중 한명을 임명하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라면서도 “둘 다 구로다 총재보다 덜 비둘기파적”이라고 평했다. 두 후보가 임기 내 YCC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를 끝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그러나 지난 2000년 8월과 2006년 7월 경기침체로 인해 금리를 인상했다가 다시 인하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BOJ가 당분간 긴축 조치를 취하긴 힘들다는 예상도 공존한다. 

기시다 정부의 경제 정책 초안을 만든 핵심 인물이자 전 골드만삭스 은행가인 켄 시부사와는 “내가 원하지 않는 직업 중 하나는 차기 BOJ 총재”라며 “그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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