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목표가 생산·성장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으로 전환되면서 사람과 건강, 그리고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 사회의 각종 질환과 더불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우울증과 스트레스 등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겪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도시와 농촌의 소득 격차 확대 등으로 소멸 위협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바이오필리아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몸속에는 '녹색갈증'이 있어 자연 속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고 한다. 이는 오랜 세월 수렵·채집 생활을 통해 형성된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말한다.
1960년대 초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치유농업은 노인 돌봄과 장애인의 사회 복귀, 정신건강 의료계와의 연계 등으로 활성화되었다. 현대의 치유농업은 농사 자체에 목적이 있지 않다. 인간의 잠재적인 건강 문제를 예방하고, 앓고 있는 병적 상태를 덜어주며 결함이 있는 신체 기능을 증진·회복시키기 위한 농업 활동을 의미한다.
농촌진흥청은 1994년부터 원예작물의 치유 효과 연구를 시작해 농업의 치유 자원을 발굴하고 과학적 효과를 검증해 왔다. 원예와 곤충, 자연경관, 동물 매개 등 농업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치유 자원을 활용해 치유농업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수형자와 만성질환 환자, 치매, 소외계층, 민원 담당 공무원, 일반 아동·성인 등 총 22개 그룹별로 맞춤형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했다.
2021년에는 지방자치단체 치매안심센터와 연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어르신들의 인지건강에 특화한 치유농업프로그램을 9개 농장에서 총 103회 운영했는데, 참가자 104명을 대상으로 사전검사와 비교했을 때 인지선별검사는 11.1% 향상되고 주관적 기억 감퇴 정도는 23.4% 감소했다. 치유농업의 소재인 식물자원을 가꾸고, 활용하는 신체적 활동이 인지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확인했다.
농촌진흥청은 국민에게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새로운 패러다임도 만들어가고 있다. 우선 치유농업 서비스를 전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소방청 등 유관 부처에서 추진하는 사회서비스와 연계해 확산하고자 한다. 이러한 육성정책을 바탕으로 치유농업과 사회복지서비스가 연계되면 국민이 다양한 치유농업 서비스 혜택을 받음으로써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농촌의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노력하고 있다.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는 치유농업사나 치유농업시설 운영자 교육을 이수한 사람을 고용하게 함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에 93명에게 치유농업사 자격증을 발급했고, 이들 중 일부는 광역 단위 거점기관인 치유농업센터 강사로 활동하거나 치유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치유농업 활성화는 귀농 청년들에게 새로운 창업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유농업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으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농업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희망찬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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