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수소차] 말로만 '수소 산업 육성'...찾는이 없어 더 움츠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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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7-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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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수소차 지원금 25% 삭감

  • 내수시장도 수출도 모두 '주춤'

수소차 충전하는 모습[사진=게티]


수소차 시장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소차와 전기차 모두 탄소 배출이 '0'인 친환경차로 분류되지만, 시장 장악력에서는 차이가 크다. 전기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지만, 수소차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새 정부의 수소경제 육성 의지는 견고하다. 지난 5월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는 '수소 산업 세계 1등'이라는 목표가 담겼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관련 정책과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수소차가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느냐다. 비싼 설치 비용과 혐오시설이라는 사회적 인식 때문에 충전소를 늘리기 쉽지 않고, 소비자들도 '미래 없는 수소차'를 외치며 일찌감치 전기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소차 시장 확대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보조금 쏟아부어도 시장경쟁력에서 밀려
소비자들이 수소차를 외면하는 건 비싼 가격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수소차는 현대차의 '넥쏘'다. 넥쏘 모던 모델은 약 6765만원, 프리미엄은 약 7095만원이다. 현재 판매 중인 내연 기관 자동차 가격의 두 배가량 비싸다. 

정부가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액수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마음을 끌어오긴 쉽지 않은 모양새다. 올해 수소차 국고보조금은 2250만원이고, 지자체 지원금은 최소 1000만원에서 최대 1750만원이다. 두 보조금을 합치면 차량 1대당 최대 4000만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지원금이 가장 많은 경기 화성시에서 6765만원짜리 넥쏘를 구입하면 4000만원 저렴한 2765만원에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의 수소차 외면은 계속되고 있다. 수소차라는 인식이 잘 깔려있지 않은데다 충전 인프라까지 부족해 편리성에서 밀리고 있어서다. 유지비를 아끼기 위해 내연기관차에서 수소차로 갈아탔지만, 충전소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무공해차 통합 누리집'을 보면 전국에 운영 중인 상업용 충전소는 110개다. 인구가 집중돼 있는 서울과 경기도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각각 6개와 18개에 불과하다. 그린수소산업 중심지를 표방한 전라도 권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도 8곳뿐이다.

더군다나 수소충전소 한 곳에 1~2개의 충전기만 비치돼있어 충전 차량이 몰리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또 종일 운영하는 전기충전소와 달리 수소충전소는 야간이나 주말에 문을 닫는 곳이 많은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넥쏘 판매량 1년 전보다 14%↓...수출도 '주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는 관련 예산도 삭감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보면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설치 부분 사업 예산은 기존 8927억6900만원에서 2250억원(25.2%) 감소한 6677억6900만원으로 편성됐다. 

세부 내역을 보면 수소충전소 설치 부문은 기존 예산(1969억9000만원)이 그대로 유지됐지만, 수소차 보급 부문은 기존 6795억500만원에서 4545억5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수소차 보급 관련 예산이 줄어든 건 정부가 수소 승용차 판매 목표를 기존보다 낮춰 잡았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올해 2만7650대의 수소 승용차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수소 승용차의 판매가 생각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해 1만여대 정도를 낮춰 잡았다. 지나치게 높게 잡힌 수소 승용차 판매 목표를 현실화하면서 예산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1~3월) 현대차 넥쏘의 국내 판매량은 1414대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14% 감소했다. 지난 4월(1210대)과 5월(1230대)에는 판매량이 소폭 회복되긴 했지만, 예년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점 때문에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 넥쏘 판매량이 2만대를 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소차 수출 시장도 주춤하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친환경차 수출 대수는 17만대를 넘어섰다. 그중 하이브리드차는 8만8000여대, 전기차는 6만5500여대를 차지하며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7%, 63%가량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소차 수출 대수는 56대에 그친다. 전년 동기 때(526대)와 비교하면 89%나 급감한 것이다.
 
정부 의지가 관건..."수소 상용차로 방향 틀어야"
결국 수소차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느냐는 정부가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드라이브를 거느냐에 달렸다. 정부는 지난 5일 '새 정부 에너지 정책'에서 수소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핵심기술 국내화를 위한 생산·유통·활용 등 전주기 생태계의 조기 완비를 통해 청정수소 공급망을 확충하고, 세계 1등 수소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예산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더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소차 구입 비용이나 충전소 설치 사업 예산만 늘릴 게 아니라 수소차 핵심 기술 개발과 공급망 구축에서 성과를 낸 지방정부나 기업에 인센티브(장려금)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수소 승용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수소 트럭이나 버스 등 상용차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상용차를 활성화하게 되면 차고지를 중심으로 충전소를 만들면 되지만, 승용차는 전국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해 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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