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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영끌족에게 건네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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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07-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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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 본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내가 살 때보다 떨어진 집값 때문에 매일이 우울하다. 막차 탑승에 성공했다는 성취감은 6개월 만에 고점을 잡은 어리석은 '영끌러'가 됐다는 자책감으로 변했다. 요즘에는 자꾸 부동산 계약을 하기 전날로 되돌아가는 꿈을 꾼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 A의 하소연이다. 작년에만 해도 원하던 지역의 아파트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매수할 수 있었는지, 만나기만 하면 무용담을 조잘댔던 그녀였다. A는 "금리가 올라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수백씩 되다 보니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한달에 30만원 남짓도 안된다"면서 "내 마음이 힘들어지니 남편, 아이에게도 부쩍 짜증을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했다.
 
비단 A만의 고민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부동산 상승장에 몸을 맡기고 수억원씩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출이자에 허덕이는 직장인들이 많다. 뉴스에서는 가상화폐,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쏟아진다. 다음 폭락은 부동산이라는 경고는 위협을 넘어 이제 공포스럽다. 금수저가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마지막 '부의 사다리'라 믿었던 자산시장의 몰락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이상의 고통일 것이다.
 
자산시장의 상승장과 하락장을 모두 경험한 4060세대와 달리 2030세대는 지금과 같은 하락의 시간을 버텨낼 정신력이 없다. 모아놓은 돈이 많지 않아 활용했을 레버리지는 금리 인상기를 버텨낼 기초체력을 더 약화시킨다. 특히 2030세대는 고령층과 달리 SNS 활동이 활발하다보니 하락장의 공포를 실시간 피부로 체험한다. 쓸데없이 빈번해진 비대면 사교활동은 우울감과 상대적 박탈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상호 증폭한다.   
 
안그래도 힘들 그들에게 그러길래 왜 무리하게 '영끌'을 했느냐고 다그치는 건 성숙한 사회의 태도가 아니다. '나'와 '가족'을 위해 했을 누군가의 최선을 조롱할 이유도 없지만 비난할 권리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부동산 전문가가 이 땅에 수많은 A들에게 한 위로를 대신 전한다.

"그때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일 테니 더 이상 자책하지 마세요. 40년간 부동산만 공부한 전문가도 절대 바닥을 못 잡습니다. 잡고 나니 꼭지였던 집이 시간이 흘러 바닥이 되기도 하죠. 후회의 시간으로 자신을 파괴하지 말고 앞으로는 어렵게 마련한 집을 어떤 행복으로 채울지에만 집중합시다. 당신에게는 '경험'이라는 무기가 새로 생겼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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