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플랫폼] 정치권 압박에 거세게 반발하는 금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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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7-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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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아주경제]

정치권이 은행권의 ‘이자 장사’를 비판하며 예대금리차 공시에 불을 붙인 데 이어 이번엔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을 압박하면서 금융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중저신용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신용도 하락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정통 금융권은 ‘빅테크의 종속’을 이유로 강하게 반기를 들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사들에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관련 의견을 듣고 있다. 은행과 빅테크사를 중심으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및 이용 방식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 정도 의견 취합이 되면 당국은 조만간 지난해와 같이 업권별 간담회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소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형주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대환대출 플랫폼 관련 기관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구체적인 계획은 의견을 검토한 후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이란 은행권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 상품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비교해보고 손쉽게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비대면으로 기존 대출금 해지와 신규 대출 실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금융결제원의 ‘대출 이동 인프라’와 각 금융회사의 대출 상품을 한데 모아 비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핀테크 업체의 ‘대출 비교 플랫폼’이 연결된 형태다. 
 
여야 막론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해야" 강조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사진=연합뉴스]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는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여야를 막론하고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당은 신임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는 즉시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등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당정간담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환대출 플랫폼이 지난해 추진됐으나 금융권 상황으로 중단됐다”며 “하지만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지금과 같은 금리 상승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금리상품에서 저금리상품으로 소비자들이 더 쉽게 대출을 옮겨갈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 구축을 위해 금융업권의 의견을 신속하게 수렴하고 신속하게 시스템 구축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야당에서도 연일 대환대출 플랫폼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고금리로 인해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비상 상황인 만큼 ‘원스톱 대출 이동제(대환대출 플랫폼)’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 6일 오전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핀테크산업협회 관계자를 불러 ‘상환부담 완화를 위한 원스톱 대출이동제 도입 간담회’를 열고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빅테크 종속 우려” 금융권 강한 반발에 도입 난항 예상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지난 6월 28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대환대출 서비스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의 압박으로 금융위원장이 취임하면 대환대출 플랫폼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지만, 전통 금융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지난해에도 금융위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사업이지만 당시 은행권의 격렬한 반대로 도입이 무산된 바 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10월 대환대출 플랫폼을 출범하고 연말까지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시중은행들이 빅테크 종속·수수료 지급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국 도입이 무산됐다.
 
금융권은 금융의 빅테크 종속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한다.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으로 대부분 상품이 빅테크 플랫폼에서 거래되면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권은 단순히 상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아울러 장기간으로 보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란 말도 나온다. 플랫폼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커지고, 이때 빅테크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할 시 거절할 수 없게 된다는 게 이유다. 수수료 상승은 곧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일부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배달업종이나 유통업종만 봐도 거대 플랫폼들의 횡포가 갈수록 심해진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서비스 출범 전 빅테크가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우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 역시 “상품 추천 알고리즘을 투명화해야 한다”면서 “이건 대환대출 플랫폼 등 금융권 문제뿐만이 아니라 빅테크 자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렴한 금리를 앞세우는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과의 금리 인하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핀테크에 금융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마케팅을 위해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과도하게 금리 경쟁을 한다면 동종업계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라면서 “이때 빅테크가 자회사 상품을 주로 추천할 경우 방지할 방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부실 위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차주가 대환하면서 한도를 더 받거나 신규 대출이 일어날 수 있어 가계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대비 금리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2금융권이 한도 경쟁을 벌이면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들뿐 아니라 저축은행, 카드사 등도 가격 경쟁 심화, 중개수수료 부담, 핀테크 종속 심화 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토스뱅크가 최근 시범적으로 출시했던 ‘카드론 대환대출 서비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토스뱅크는 당초 이달 중으로 대상 카드사를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해당 서비스의 재개 일정은 미정이다.
 
업계에선 기존 고객 이탈을 우려한 카드업계의 거센 반발 등을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토스뱅크가 카드론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웹 스크래핑’ 방식이 보안상 취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여신전문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간 간담회에서도 이 서비스에 대한 카드업계의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원장은 “(토스뱅크의 카드론 대환대출과 관련해) 여신전문업계에서 의견을 냈고 그 의견과 규제 완화 등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과 관련해 금융위와 추진 중인 여전업법(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태스크포스(TF)에서 함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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